"이래서 정준일"…온전한 음악의 힘[종합]
OSEN 선미경 기자
발행 2015.07.01 12: 27

온전한 정준일을 느끼는 시간이다. 37명의 오케스트라세션과 음악 그 자체만으로, 그 무게의 감동을 전했던 공연의 분위기를 그대로 되살려냈다.
정준일은 1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성당 마리아홀에서 새 음반 '라이브(Live)' 발매 기념 쇼케이스 및 감상회를 개최했다. 
이날 정오 발매된 이번 음반은 지난해 개최됐던 '오케스트라 사랑 콘서트'의 라이브 실황 음반으로, 타이틀곡 '너에게'를 포함해 총 15곡이 수록돼 있다. 사랑 콘서트는 37명의 연주자들과 함께한 대규모 콘서트로 지금까지 소극장 콘서트를 고집해오던 정준일의 성향과는 또 다른 콘서트였다. 총 4000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성황리에 마치고난 후 음악 관계자들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안아줘', '너에게 기대', '괴물' 등은 오케스트라 편곡된 새로운 버전의 음악으로 들을 수 있으며, 특히 정준일이 작사 작곡한 '잘 알지도 못하면서'는 김예림의 1집 수록곡으로 이번 음반에서 다른 느낌의 곡으로 만나볼 수 있다.
정준일은 이번 음반에 신곡까지 수록하며 정성을 쏟았다. 신곡 '너에게'에 대해서 그는 "라이브 앨범을 제작하자는 이야기를 듣고, 내가 새 노래를 안 낸지 오래 됐더라. 사실 곡을 그렇게 많이 발표를 안 했더라. 1집도 8곡 밖에 없었다. 이번 기회에 신곡을 하나 내고 싶었다. 내가 곡을 잘 안 써놓는다. 그때 그때 쓴다. 하다 보니까 새벽에 썼는데 한 번에 멜로디가 나왔다. 이거는 뭔가 좋은 의미인 것 같았다. 그런데 가사를 쓰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두 달 동안. 원래 내가 삼십분 앉아 있다가 안 되면 '무한도전' 다시 보고 그런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또 정준일은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한 번도 누군가를 위해서 음악을 한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 나를 위해서 한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특히나 자기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설 자리를 잃어버리는 시대고,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한다"라며 "그런데 내가 공연을 할 때 많은 분들이 찾아오시고, SNS에 많이 올려주고 그런 것을 목격하면서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될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그들은 이유 없이 나에게 고맙다고 하는데, 사실 진짜 고마운 것은 나인 것 같아서 처음으로 이타적인 가사를 써보자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정준일은 "어째든 음악을 어렵게 하고 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멀리서 나를 반겨주는 누군가의 그림을 떠올렸다. 계속 그 자리에서 내 음악을 기다려주는 사람들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았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가사를 썼는데, 순식간에 나왔다. 그런 의미에서 나온 곡"이라며, "'너에게'에서 너는 특별히 대상이 있는 것은 아니다. 써놓고 보니까 또 나를 위해서 썼더라. 자유롭게 들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또 정준일은 이번 라이브 음반을 제작하는데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으로 '음악에 압도당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정준일은 "라이브 앨범을 제작하는데 있어서는 최대한 깔끔하게 정리하는 게 제일 힘들었다. 2집 때 함께 작업했던 기사님이 참여해서 도와주셨다. 편집하는데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렸다. 김동률 씨에게 문자를 보냈다. 어떻게 했냐고 하니까 '할 때마다 다시는 안 해야겠다고 한다'라고 하시더라"라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음악이 음악 자체로 존재하고, 음악에 압도당하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나는 퍼포먼스를 하는 가수도 아니고, 말을 재미있게 하지도 않는다. 공연장에서 정말 노래만 한다. 음악이 덩어리째 누르는 기분을 느끼면서 음악을 들었던 세대라, 음악이 그 자체로 주는 감동과 규모로 주는 음의 합이 주는 것을 들려주고 싶었다"라고 이번 작업을 하면서 특별히 공들인 부분을 설명했다.
오케스트라세션 37명과 함께한 공연 무대는 음반으로 생생하게 전달될 정도로 그가 많은 공을 들인 게 느껴졌다. 그가 리스너들에게 느끼게 해주고 싶었던, '음악에 압도당하는 기분'이 전해졌다. 정준일이 하는 음악에 대한 진정성이 고스란히 흘러나왔다.
정준일은 "사실은 1집을 직접 제작했었다. 현실적인 문제들 때문에 내가 쓰고 싶은 악기를 다 못 쓰고 포기할 것들은 많이 포기하고 앨범을 냈었다"라며 "시간을 지나서 계속 사랑을 받는 것을 체감하고 나서, 조금 더 좋은 소리로 들려주고 싶다는 것이 개인적인 욕망이었다. 공연 개런티를 다 포기하고 할 거면 제대로 하자라고 생각했다. 총 37명의 세션이 뒤에 있었다. 사실 말이 안 되는 공연이긴 했지만, 그 정도 공연에서 그 정도 소리를 들려주고 싶었다. 실제로 공연 끝나고 돈을 받지 못했다. 너무 좋았다"라고 털어놨다.
또 앞으로의 활동 계획에 대해서는 "음악방송 계획은 없다. 사실 방송을 많이 잘 안 나갔다. 라디오 몇 개와 불러 주면 '유희열의 스케치북' 나가는 것으로 활동 마무리할 것 같다"라며 "3집 계획은 아직 없다. 곡을 한 곡도 안 써 놨다. 11월에 소극장 공연을 하기로 예정해놓고 있다. 음악하는 사람들에게 성지 같은 곳인데, 20회 가까지 공연을 할 것 같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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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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