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상류사회’가 기대 이상의 흡인력을 보여주고 있다. 흔히 말하는 한류 장사가 되는 배우가 있는 것도 아닌데 보게 되고, 새로운 이야기를 펼쳐놓는 것도 아닌데 뻔하지 않는 재미를 안긴다. 어느 순간 지상파 월화드라마 중 가장 높은 화제를 일으키는 드라마로 자리잡은 배경에는 전형적인 듯 보이나 전형적이지 않은 이야기 속에 인간의 욕망을 세밀하게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SBS 월화드라마 ‘상류사회’가 거침 없이 질주하고 있다. 이 드라마는 성준, 유이, 박형식, 임지연 등 젊고 앞길 창창한 배우들이 이끌어간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배우들이지만 안방극장 흥행이 보장되는 ‘안전빵’은 아니었다. 더욱이 시청률을 보장한다는 사극인 MBC ‘화정’과 맞붙어야 해서 첫 방송 전 성공이 점쳐진 드라마가 아니었다.
허나 이 드라마는 비교적 높은 시청률, 온라인 반응이 뜨거운 화제의 드라마로 자리잡았다. 재벌 딸이 자신의 꿈과 사랑을 위해 독립을 꿈꾸고, 이 재벌 딸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하는 남자 신데렐라의 이야기. 어떻게 보면 막장 드라마 단골 소재이기도 하다. 방송 전 뻔한 드라마가 될 것이라는 우려를 씻고 이 드라마는 재밌으면 시청자는 본다는 안방극장 불변의 법칙을 증명했다.
‘상류사회’가 재밌는 것은 등장인물들의 속내에 감춰진 각기 다른 욕망과 고민을 현실적으로 그리고 있기 때문. 진정한 사랑을 꿈꾸는 장윤하(유이 분)가 아버지 장원식(윤주상 분)과 현실적으로 타협하는 대목에서 독립에 대한 욕망을 느낄 수 있고, 최진기(성준 분)의 윤하에 대한 의도적인 접근에서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계급에 절망하는 모든 이들의 억눌린 욕망을 감지할 수 있다. 뼛속까지 선민의식이 있는 것으로 생각되는 유창수(박형식 분)가 이지이(임지연 분)를 사랑하게 되면서 성공과 사랑 사이에서 헤매는 욕망을, 한없이 순수하나 현실에 대한 이해가 높은 지이의 고뇌에서 평범한 우리 주변 사람들의 억압을 마주할 수 있다.
‘상류사회’는 인물을 단편적으로 다루지 않고 하나의 사건으로 변화되는 행동을 치밀하게 따라가고 있다. ‘사랑과 전쟁’의 성공을 이끌었던 하명희 작가는 ‘우리가 사랑할 수 있을까’, ‘따뜻한 말 한마디’에서 전형적인 이야기로 시청자들의 흥미를 자극했는데 이번 드라마에서도 마찬가지다. 뻔한 소재이나 전개 방식은 뻔하지 않아 뒷이야기가 궁금한 드라마를 안방극장에 내놓고 있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 보고 중단한 사람은 없다는 네티즌의 반응이 공감을 얻고 있다.
심각한 이야기 속에 간혹 등장하는 예상 못한 웃음 장치를 보는 맛도 있고, 촌철살인 대사가 안기는 쾌감도 만만치 않다. ‘상류사회’가 월화드라마 최약체가 될 것이라는 호사가의 예상을 뒤엎은데는 이 같은 기본적으로 재미가 있는 드라마라는 호평을 받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더욱이 주인공 거짓말로 시작돼 위태로울 수밖에 없는 성준과 유이 못지않게 박형식과 임지연의 아슬아슬하면서도 귀여운 사랑이 안방극장을 사로잡고 있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상류사회’는 진기에게 인간적인 배신감을 느낀 창수가 진기가 윤하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했다는 것을 폭로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극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더욱이 윤하가 태진그룹 상속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생기면서 언니 장예원(윤지혜 분)과의 갈등이 예고되며 재벌 딸의 꿈과 사랑을 둘러싼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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