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윌 비 백."(I will be back) 대사 그대로 그가 돌아왔다.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연출 앨런 테일러, 수입 롯데엔터테인먼트, 이하 터미네이터5)의 아놀드 슈왈제네거다. 감독부터 배우까지 새 인물들로 꾸려졌지만, 아놀드 슈왈제네거 아닌 T-800은 상상할 수 없다. 그는 여전한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아이콘으로 활약을 보여준다.
영화는 시리즈의 기본적인 캐릭터와 설정을 그대로 가져왔다. 2029년 인류는 로봇 군단과 전쟁을 벌이고, 로봇 군단은 인간 저항군의 리더 존 코너(제이슨 클라크)의 어머니 사라 코너(에밀리아 클라크)를 제거하기 위해 1984년으로 터미네이터를 보낸다. 이를 막고자 존 코너의 부하 카일 리스(제이 코트니)가 터미네이터의 뒤를 뒤따른다. 여기까지는 익히 잘 알려진 기존 이야기다. 앨런 테일러 감독은 예상과 다른 1984년의 사라 코너를 보여줌으로써 새로운 세계관을 창조해낸다.
'터미네이터5'에 등장하는 시간은 2029년과 1984년, 2017년. 1편과 2편의 내용이 적당히 뒤섞인 2029년과 1984년이 관객들의 향수를 자극한다면, 2017년은 새로운 이야기다. 특히 나노 터미네이터 T-3000가 된 존 코너의 등장은 기존 시리즈 팬들에게 신선한 경험이다. 1편의 악역 T-800이 2편에서 강력한 조력자가 되었듯, 흥미로운 비틀기다. '끝판왕' 격인 T-3000을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T-3000은 최첨단 나노 입자로 만들어져 변형이 자유롭고 제거가 불가능한, 완벽에 가까운 터미네이터다.
관객들이 가장 친밀감을 느낄 캐릭터는 T-800이다. 아놀드 슈왈제네거는 T-800역으로 31년 동안 시리즈를 대표했다. 영화는 세월의 흐름까지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컴퓨터 그래픽(CG)으로 탄생한, 조금은 촌스러운 젊은 T-800부터 은발의 노년 T-800까지, 한 영화 안에서 다양한 연령대의 아놀드 슈왈제네거를 만날 수 있다. 스스로 "늙었지만 쓸모 없지 않다"라는 항변하는 대사나, 흡사 부녀 사이로 그려지는 사라 코너와의 관계, "나의 사라 코너"라고 표현하는 장면 등은 꽤 감동적이다.
국내 팬들에게는 T-1000 역의 이병헌도 특별하다. 초반에 등장하는 그는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보여준다. T-1000은 T-800 보다 진화한 액체 로봇으로, 자유자재로 변형이 가능하다. 웬만한 총상에도 순식간에 외형을 복구해 마치 좀비처럼 카일 리스와 사라 코너 무리를 쫓는다. 대사는 한 마디, 분량은 10분 정도이지만 존재감은 상당하다.
15세 이상 관람가. 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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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