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장은 솔직하고 유쾌했다. 일흔에 가까운 나이이지만, 2년 만에 한국을 찾은 아놀드 슈왈제네거는 특유의 입담으로 즐거운 분위기를 유도했다.
아놀드 슈왈제네거와 에밀리아 클라크가 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 호텔리츠칼튼 서울에서 열린 영화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이하 터미네이터5, 연출 앨런 테일러, 수입 롯데엔터테인먼트) 내한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이날 돋보였던 것은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재치였다. 그는 "한국에 다시 와서 기쁘다, 특히 남한에"라는 인사로 폭소를 자아내는가 하면, 본격적인 기자회견에 앞서 갑작스럽게 '셀카'를 찍어 이목을 끌었다. 정치인 시절이 그립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종종 그립다"고 속내를 털어놓는가 하면, 마지막 인사로 명대사인 "다시 돌아오겠다(I will be back)"이라고 말하는 '센스'를 보여줬다.
그런가 하면 노장의 여유도 눈길을 끌었다. 극중 "늙었지만 쓸모가 없지 않다"는 대사에 대해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대사"라며 "배우나, 와인이나, 시가나, 오래될 수록 더욱 멋진 것이 있다"고 말하는가 하면, 적지 않은 나이에도 액션을 몸소 소화하는 것에 대해 "매일 매일 운동을 하고 있다. 30년 동안 해오고 있는 일이기 때문에 그렇게 큰 무리나 부담은 없었다"고 담담히 답했다.
그는 시리즈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인기 비결에 대해 "SF적인 요소, 시간여행의 측면을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 영리한 콘셉트"라고 말했다. 이어 "터미네이터라는 캐릭터가 가진 능력이 있다. 터미네이터는 정말 많은 것을 파괴했다. 1편에서 악역이었지만, 사람들이 좋아한 이유는 그런 힘에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사라 코너 역으로 새롭게 합류한 에밀리아 클라크에게도 많은 질문이 쏟아졌다. 그는 미국 HBO 드라마 '왕좌의 게임' 시리즈로 국내에서도 사랑 받고 있는 할리우드 여배우다. 대표적인 여전사 캐릭터 사라 코너 역에 대해 "부담감이 있었다"며 "하지만 기존 사라 코너와는 다른 인생을 사는 캐릭터"라고 차별화했다. 또한 어린 나이에도 불구, 연이어 어머니 역을 맡는 데 대해 "친어머니라는 좋은 롤모델이 있다"고 말했다.
에밀리아 클라크는 극중 T-1000 역으로 호흡을 맞춘 국내 배우 이병헌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이병헌은 훌륭한 배우라고 생각한다. 움직임에 있어 거의 추가적인 특수효과가 필요없을 만큼 멋진 연기를 해줬다. 같이 촬영하던 첫날이 기억난다. 첫 대면 장면에서 정말 놀라웠다. 연기를 하는 건가 생각이 들 정도로, 놀라운 모습을 보여줬다. 만약 차후 추가적으로 새로운 영화가 만들어지면 같이 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아놀드 슈왈제네거와 에밀리아 클라크는 이날 오후 롯데월드몰에서 레드카펫 행사로 한국 팬들과 직접 만날 예정이다. 3일 출국 예정.
'터미네이터5'는 2029년 존 코너가 이끄는 인간 저항군과 로봇 군단 스카이넷의 미래 전쟁과 1984년 존 코너의 어머니 사라 코너를 구하기 위한 과거 전쟁, 그리고 2017년의 현재 전쟁을 동시에 그린 SF 액션 블록버스터다. 아놀드 슈왈제네거, 제이슨 클락, 에밀리아 클라크, 제이 코트니, J.K. 시몬스 등이 출연한다. 15세 이상 관람가. 2일 개봉.
jay@osen.co.kr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