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악인으로 등극하는 듯 했던 연정훈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야망을 위해 한 사람에게 죽은 자의 삶을 대신 살게 하고, 비밀이 탄로 났을 때에는 살인도 서슴지 않으며 온갖 악행을 저지르던 그가 예상치 못했던 수애의 반격에 당하고 만 것.
지난 1일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가면’에서는 남편 민우(주지훈 분)을 구하기 위해 각성한 지숙(수애 분)에 속수무책으로 끌려 다니는 석훈(연정훈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간 여자인 지숙에게도 폭력적인 성향을 드러내며, 그의 약점을 쥐고 압박하는 악마 같은 면모를 뽐냈던 석훈이기에 수세에 몰린 그의 모습이 더욱 흥미롭다.
각성한 지숙의 한 방은 강렬했다. 민우가 정신병을 앓고 있다는 점을 이용해 그를 회사에서 몰아내려던 석훈은 주주총회에 나타난 지숙이 “잘못된 정보로 인해 본부장이 해임되고 이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면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며 수면제가 자신의 것이라고 거짓말하는 모습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지숙의 약점이 곧 자신의 약점도 될 수 있다는 점을 제대로 간과한 것이다.
하지만 지숙의 역습은 이제 시작일 뿐. 석훈은 일을 망친 지숙에게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그러느냐. 원하는 옷만 입고 살수는 없다. 내가 골라주는 옷을 입고 내가 원하는 사람이 될 거다”라며 협박했지만, 지숙은 “이제 내가 입을 옷은 내가 고르겠다. 궁금하죠? 어떻게 뒷감당을 할 건지”라며 그가 정태(조한선 분)을 살해하는 장면이 담긴 USB를 건네며 석훈의 숨통을 조였다.
석훈을 흔드는 것은 비단 지숙뿐만이 아니었다. 민우는 석훈이 자신을 회사에서 몰아내려 계략을 짰고 자신의 아내와 심상치 않은 관계라는 것을 안다고 돌려 말하며 “내가 바보인 줄 알았냐”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자신의 손아귀에서 놀아나는 줄로만 알았던 지숙과 민우가 숨은 발톱을 드러내며 반격하자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석훈의 아내인 미연(유인영 분)의 기세 또한 심상치 않았다. 그는 지숙과 석훈의 관계를 의심하며 두 사람의 뒤를 밟다가 우연히 석훈의 살인 장면이 녹화된 시계를 손에 넣었다. 보란 듯이 시계를 차고 나타난 미연은 "이거 하고 있으니까 왠지 모르게 힘이 생기는 것 같다. 절대 시계 같은 건가"라며 석훈을 약 올렸고, 이에 화가 머리끝까지 난 석훈은 "당신이 절대 보고 싶지 않을 동영상이 있다. 처남댁과 관계 의심하지 않았나. 완벽한 물증이 될 거다. 당신 손으로 없애버려"라며 초강수를 뒀다.
미연이 석훈의 말을 믿고 그대로 영상을 없앨지, 영상을 확인하고 진실을 알게 될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그간 이들 사이에서 절대 권력자처럼 군림해온 석훈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음은 분명하다. 특히 광기어린 눈빛과 섬뜩한 표정으로 ‘미친’ 악역 석훈으로 빙의한 연기를 보여주던 연정훈이 이번에는 수세에 몰려 당황한 모습까지 완벽하게 그려내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얻고 있다. 각성한 지숙 역의 수애의 통쾌한 복수와 더불어 악인 연정훈이 어떤 식으로 무너지게 될지 앞으로의 전개에 궁금증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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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 방송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