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극장에서 독설 섹시남은 대부분 '옳다'.
독설을 내뿜는 나쁜 남자이지만 거부할 수 없는 섹시미를 갖춘 남자 캐릭터가 드라마에서 대부분 인기가 있는 것을 두고하는 말이다.
'베토벤 바이러스'의 김명민, '시크릿 가든'의 현빈, MBC '최고의 사랑'의 차승원, SBS '주군의 태양'의 소지섭 등이 그랬다. 이들의 공통점은 원래 타고난 그 독설이 특히 상대방(여성)을 향해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 이것이 극 중 로맨스의 기폭제가 된다.
이 계보를 잇는 이가 서인국이다. 현재 KBS 2TV 월화드라마 '너를 기억해'에서 서인국이 분한 이현이란 인물은 그야말로 '독설 작렬남'이다. 장나라가 분한 지안에게 "머리가 장식품이란 표현은 이런 때 쓰는 거군", "얼굴 안 보이게 해. 보기만 해도 짜증나니까"라는 식의 때로는 듣기 민망할 정도의 독설을 퍼붓는다.
하지만 그런 독설이 대부분 직설적이나 가식을 찾아볼 수 없는 명쾌한 화법으로 다가ㅘ 시청자들에게 묘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서인국의 독설남'이 특별한 이유는 그가 그냥 독설만 주구장창 내뱉는 남자가 아닌, 요즘 사랑을 받고 있는 '뇌섹남'(뇌가 섹시한 남자)의 키워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현의 독설에는 역사, 과학, 지리, 신경생리학 등에 대한 방대한 지식과 완벽한 논리가 있기 때문에 당장은 기분이 나쁠지 모르지만 결국엔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설득력이 있다. 또 독설을 내뱉다가도, 설명을 곁든 명쾌한 해답으로 보고 듣는 이를 감탄케 한다. '재수없을' 정도로 우월감이 있지만, 범접하기 힘든 천재임은 부정할 수 없다. 독설도 마냥 돌직구가 아닌, 세련되고 은유적인 표현으로도 구사된다.
그렇기에 이 같은 서인국의 독설 섹시남 캐릭터는 한국 드라마 남자주인공의 계보에 있으면서도 뭔가 다른 지점에 있다. 가까이는 영국드라마 '셜록'의 주인공인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연기한 셜록을 연상케한다. 실제로 자신의 우월성을 과시하며 조목조목 상대방을 능욕(?)하는 소시오패스적인 얄미운 인물이지만, 그 뛰어난 두뇌에 수사협조를 구할 수 밖에 없는 셜록과 현은 일부분 닮아보인다.
드라마 자체가 마냥 말랑말랑한 멜로가 아닌 본격 수사극인 만큼, 독설 캐릭터도 장르물에서 한 단계 더 진화된 모습이다. 셜록에게는 왓슨이 있었지만 서인국에게는 장나라가 있다. 이 둘의 독설을 품은 로맨스가 더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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