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의 눈물에는 힘이 있다. 그가 울면 왠지 같이 울어야 할 것 같다. 똑같은 눈물 연기도, 여진구가 하면 몰입도가 높아진다. 스무살이 채 되지 않은 나이이지만, 그것이 배우 여진구가 지닌 무게감이다.
지난 3일 오후 방송된 KBS 2TV 금요드라마 '오렌지 마말레이드'(극본 문소산, 연출 이형민) 9회에서도 여진구의 훌륭한 연기력은 빛났다. 이날 재민(여진구)은 사모하는 여인 마리(설현)과 절친 시후(이종현)이 흡혈귀라는 사실을 알고 절망했다. 그는 시후를 흡혈귀로 만든 마리를 원망, 마음에 없는 독설을 퍼부었다.
진심은 아니었다. 그는 마리가 흡혈귀 수장 원상구(김선경)에게 납치됐다는 말에, 곧장 원상구를 찾았다. 우여곡절 끝에 주변인물들의 도움으로 원상구 제거에 성공하고, 마리를 구했다. 하지만 대결 과정에서 목을 물려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이 됐다. 마리는 자신의 손목을 그어 자신의 피를 재민에게 먹였다. 죽음을 각오한 마리의 희생이 재민을 살렸다.
재민은 죽어가는 마리를 품에 안고 오열했다. 마리는 "나리를 만나 기뻤다. 햇빛을 처음 봤을 때 만큼 기뻤다"며 애틋한 마음을 고백했고, 이별을 앞두고 그제야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다. 이날 마리를 매번 눈물 어린 붉은 눈시울로 바라보던 재민은 이때만큼은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오렌지 마말레이드'의 주된 내용은 인간인 재민과 흡혈귀인 마리의 엇갈린 사랑이다. 이번 시즌2는 물론 시즌1에서도 주인공들은 이뤄질 수 없는 만남에 숱하게 울었다. 특히 9회는 인물들의 전생을 다룬 시즌2의 하이라이트였다. 여진구의 섬세한 감정 연기가 인물들의 안타까운 운명을 더욱 풍성하게 그려냈다.
물론 여진구의 탁월한 눈물 연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2012)에서 김유정(허연우 역)이 궁에서 쫒겨나는 장면에서, MBC 드라마 '보고싶다'(2013)에서 김소현(이수연 역)의 일기장을 읽고 또 한 번 죄책감에 시달리는 장면에서 그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 아직까지 명장면으로 회자되는 장면들이자, 이후 드라마의 성공을 견인한 원동력이었다. 영화 '화이'(2013)도 마찬가지다. 그가 우는 만큼 관객들의 마음도 아팠다.
시청률 면에서 '오렌지 마말레이드'를 성공작이라 부르긴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여진구의 명연기를 매회 볼 수 있다는 점이 '오렌지 마말레이드'의 미덕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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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 마말레이드'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