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불러보도록 하겠습니다."
EXID 솔지는 점잔 빼지 않고 주문하는 대로 무슨 노래든 다 불렀다. 자신의 채팅방에 놀러온 시청자들을 붙잡기 위해 그럴 수밖에 없었겠지만 이렇게까지 열심히 부를 줄은 몰랐다.
콘서트장에서 노래를 하듯 열과 성을 다해 한 곡을 뽑아냈다. 마치 자판기처럼 버튼을 누르니 '짠~!' 하고 노래가 재생됐다. 1대 '복면가왕'다운 자신감이었다.
솔지는 지난 4일 방송된 MBC 예능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 MLT-06차전에 출연하며 처음으로 1인 방송에 도전했다. 지난 1회부터 인기 걸그룹 멤버들이 줄기차게 출연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누군가 나올 것이라 예상했다. 솔지의 등장은 반가움과 놀라움을 안겼다.
앞서 같은 멤버 하니가 남장, 먹방 등 다양한 것을 보여줬기에 과연 그녀가 어떤 내용으로 방송을 이끌어갈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솔지는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노래'를 방송 콘텐츠로 결정했다. 이에 노래방 기계도 준비해왔다.
사실 1인 방송이라는 게 다양한 콘텐츠가 확보되어야 인기를 얻을 수 있는데 솔지는 그런 면에서 자신의 특기를 살린 괜찮은 주제를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특별한 재료나 준비물도 필요없었다. 오로지 목소리 하나만 있으면 충분했다. 솔지는 초반에는 조금 부끄러하더니 점점 능청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는 이날 등장하자마자 민망함 속에 인기 유행어 '나 꿍꼬또 기싱꿍꼬또' 애교로 남성 팬들을 사로잡았다. 손발이 오그러든다는 시청자들의 반응에 "가지 말아달라"고 애원했다. 이어 임창정의 '소주 한 잔'을 불러달라는 요청에 곧바로 수긍, 노래방에 들어가 시원하게 한 곡을 뽑아냈다. 끝 모르고 올라가는 고음이 다른 채널로 옮겨가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어 분위기 전환용으로 아이유의 '좋은 날'에 도전했다. 그는 "나 이거 안 불러봤는데 어떡하지? 큰일났네, 떨린다"며 자신 없는 모습이었지만 사랑스럽게 시작했다. 타이밍을 놓치기도 했고 처음부터 너무 높게 시작해 '3단 고음'에서 실패했지만 최선을 다해 완창했다.
솔지는 긴급 수혈을 받았다. 노래방의 즐기는 재미를 위해 한 명의 초대가수를 소환한 것이다. 그 남자는 '복면가왕'의 가왕인 클레오파트라의 복장을 하고 있어 웃음을 유발했다. 노래 후'고막 테러'라는 오명을 얻은 그는 '마리텔'의 담당 PD로 드러났다.
솔지는 버즈의 '가시'를 부른 그 PD에게 "노래방 금지곡을 부르셨다. 금지곡은 명곡인데 어렵다. 잘못 손대면 큰일난다"면서 남녀별 금지곡을 소개했다. 그러면서도 그 편견을 깨기 위해 빅마마의 '체념'에 도전했다. 듣는 사람들에게는 귀가 호강하는 순간이었다. 솔지가 고음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빅마마 못지 않게 맛깔나게 불러 뜨거운 반응을 불러모았다.
이날 솔지는 점유율 2위라는 놀라운 기록을 냈다. 미스 마리테 서유리의 말에 따르면 전반전의 1위는 이은결, 3위는 김구라였다. 하지만 여기에는 반전이 숨어있었다. 한마디로 제작진의 '낚시'였다.
서유리는 "지금까지 자투리 멤버들의 순위였다"면서 "지금 저 높은 곳, 자투리 멤버와는 달리 '넘사벽'인 골드 멤버 백종원님이 1위를 유지중"이라고 정확한 집계 결과를 내놓았다. 솔지를 비롯해 이은결, 김구라에게 허탈함과 동시에 웃음을 안겼다.
솔지는 전반전에서 3위를 차지했다. 본인의 바람대로 꼴지는 탈출한, 선전한 결과였다. 다음주 방송되는 후반전에서도 백종원이 1위를 유지할지, 아니면 이변이 일어날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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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텔'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