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심야식당', 제2의 '노다메' 되진 않겠죠
OSEN 김윤지 기자
발행 2015.07.05 07: 15

리메이크 작품에는 '함정'이 따른다. 검증 받은 원작은 훌륭한 원천이 되는 동시에 끊임없는 비교의 대상이다. 원작의 인기와 팬들의 기대는 비례하기 때문에 완성도에 따라 거센 질타를 받기도 한다. 그만큼 각색에 앞서 원작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원작의 설정만 어설프게 따라한 아류작이 되고 만다. 초반 화제몰이에 성공한 리메이크 작품은 많지만, 원작 팬들까지 인정한 작품은 드문 이유기도 하다.
지난 4일 자정 첫 방송된 SBS 새 토요드라마 '심야식당'(극본 최대웅, 홍윤희, 연출 황인뢰) 역시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 리메이크 작품이다. 원작의 인기에 힘입어 2009년 일본 TBS 방송국이 드라마로 제작, 시즌3까지 방영됐다. 지난달에는 극장판이 국내 개봉했다. 그만큼 국내서도 탄탄한 팬 층을 보유한 콘텐츠로, 국내판 '심야식당'은 제작 단계에서부터 화제를 모았다.
결과물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우선 기본적인 설정과 차분한 분위기는 유지하되 국내 정서에 맞게 각색한 노력은 돋보였다. 소시민들의 평범한 사연을 담담히 다뤘고, 그들만의 추억이 담긴 요리를 통해 위로를 건넸다. 일본 가정식 중심인 요리는 가래떡 구이와 구운 김, 메밀전 등 우리 음식으로 대체됐다. 도심의 화려한 야경으로 시작되는 오프닝, 식당 주인 마스터의 내레이션 등은 원작과 공통점으로, 김승우의 나긋한 목소리가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방송 후 일부 시청자들은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불만을 토로했다. 대표적인 것이 최근 범람하는 요리 프로그램 보다 음식을 맛깔스럽게 담아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요리는 '심야식당'의 실질적 주인공으로, 소박하지만 정성스럽게 만들어진 음식들이 시청자들의 식욕을 자극했다. 국내판 '심야식당' 역시 조리 과정을 담아냈지만, 연출 방식에 있어 효과적이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이에 차라리 인기 셰프 백종원을 출연시키라는 우스갯소리도 등장했다. 
또한 원작은 일본 특유의 감성이 짙게 묻어나는 작품이다. 이면에는 버블 경제 붕괴 이후 뒷골목으로 밀려난 소시민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숨어 있다. 아직까지 국내판이 원작의 이런 무게감까지 담아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원작의 분위기와 각색한 대목이 어설프게 맞물렸다. 때문에 마스터라는 호칭은 부자연스러웠고, 원작과 모양새가 거의 똑같은 식당은 어색하게 다가왔다. 일부 배우들의 불안한 연기력이나 뜬금없는 간접광고(PPL)가 몰입을 방해한 것도 사실이다. 
이쯤에서 떠오르는 것이 지난해 10월 방송된 KBS 2TV 드라마 '내일도 칸타빌레'다. '심야식당'처럼 일본 인기 만화와 드라마인 '노다메 칸타빌레'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안타깝게도 일본식 개그와 정서가 가득한 원작의 묘미와 재미를 살리지 못했고, 그 화살이 배우들에게 쏟아져 한때 논란의 중심이 됐다. 국내판 '심야식당' 1,2회 방송 이후 반응이 '내일도 칸타빌레'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 아쉬울 따름이다.
jay@osen.co.kr
'심야식당'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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