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가는 인터뷰도 살려내는 '유느님'이었다. ‘무한도전’ 가요제의 시작이었던 ‘가면 무도회’는 방송인 유재석의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진행이 돋보였던 방송이었다. 유재석이 ‘무한도전’에서 재미로 똘똘 뭉친 진행으로 올해 가요제의 화려한 포문을 열었다.
지난 4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은 2015년 가요제 참가 가수들을 소개하는 ‘가면 무도회’가 방송됐다. 인기 프로그램인 복면을 쓰고 노래를 부르는 ‘복면가왕’의 구성을 차용해 ‘무한도전’만의 재미를 높였다. 박진영, 아이유, 자이언티, 윤상, 밴드 혁오, 빅뱅 지드래곤과 태양이 복면을 쓰고 노래를 불러 참가자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했다.
무엇보다도 ‘가면 무도회’의 진행을 맡은 유재석의 진행이 시청자들을 웃음 짓게 했다. 윤종신, 유희열, 이적을 필두로 구성된 연예인 판정단의 농담을 취합해 가면을 쓰고 정체를 숨기느라 긴장한 참가자들을 놀리거나, 정체를 맞히고자 눈에 불을 켠 판정단의 추리를 깔끔하게 집어주는 진행에서 탁월한 실력을 보여줬다. 놀라운 집중력과 상황 판단력으로 어느 한 출연자의 재밌는 말이 묻히지 않게 맥락을 짚어주는데 큰 역할을 했다.
원조인 ‘복면가왕’의 구성을 차용해서 재미를 만든 ‘무한도전’. 아무래도 ‘복면가왕’의 연예인 판정단보다 입담 강한 이들이 즐비한 것도 있었지만, 유재석의 빼어난 취사선택이 이날 방송이 흥미로웠던 배경이었다. 워낙 누구와 이야기를 해도 재미를 만들어내는 유쾌한 진행자이기 때문에 유독 인터뷰 흐름이 뚝뚝 끊겼던 말수 적은 자이언티와 밴드 혁오의 보컬리스트 오혁과의 대화가 더 재밌었다. 현명한 진행자인 유재석은 두 사람과의 인터뷰가 매끄럽지 못하자 그 상황을 역이용해서 웃음을 형성했다.
연예인 판정단의 답답해하는 표정, 대놓고 웃기겠다는 제작진의 부연설명과 함께 “내가 10여년간 인터뷰를 한 분 중에 제일 힘들다”라는 유재석의 농담은 역설적이게도 밴드 혁오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워낙 쟁쟁한 톱가수들이 함께 한 가운데 흐름이 뚝뚝 끊겼던 인터뷰를 강조한 유재석의 영민한 진행법은 오히려 아직은 대중적으로는 유명세가 덜한 밴드 혁오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밴드 혁오에 대한 유재석의 배려 섞인 시선 집중은 이 익숙하지 않은 인디 밴드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을 이끌었다.
어찌 보면 유재석의 진행을 칭찬하는 일이 참 새삼스러울 수 있다. 그래도 이번 ‘가면 무도회’ 방송이 웃음이 가득했던 것은 유재석의 자연스러운 진행법이 한몫을 했기 때문. 유재석은 편안하면서도 농담을 가미하는데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진행자. 홀로 진행을 해도, 다수의 진행자와 함께 해도 프로그램 구성과 색깔에 따라 진행법을 달리하며 시청자들의 흥미를 자극하는데 큰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한편 '무한도전'은 이날 멤버들과 함께 하는 가수들이 공개된 가운데, 오는 11일에는 2015년 가요제 무대를 꾸밀 조합이 공개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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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