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심야드라마 ‘심야식당’이 일본 원작을 사랑했던 시청자들의 혹평 가득한 시선 속에 다소 아쉬운 출발을 했다. 보통 원작이 있는 드라마가 칭찬을 받기 쉽지 않다는 것을 감안하면, 일단 이 드라마가 믿을 건 서정적인 이야기가 안기는 감동인 듯 보인다.
지난 4일 첫 방송된 ‘심야식당’은 동명의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다. 밤 12시부터 아침 7시까지 문을 여는 식당의 손님들의 이야기를 다루며 매회 주제와 주인공이 다르다.
30분 드라마인 ‘심야식당’은 1, 2회가 방송됐는데 일단 시청자 반응은 썩 좋지 못하다. 우선 이 드라마의 원작이 국내에서도 워낙 큰 인기를 끌었기에 기대감이 높았던 게 한 몫을 했다. 원작을 본 시청자들은 배우 김승우의 내레이션 말투가 상당히 거슬리다는 반응. “~했지”라는 편지를 읽는 말투가 중년의 나이임에도 젊은 감각을 유지하고 있는 김승우와 맞지 않아 어색했다는 지적이다.
‘심야식당’은 마스터인 김승우와 손님들의 인연을 과거부터 끄집어내는 구성인데 김승우의 차분한 목소리로 담기는 상황 설명이 가슴을 콕콕 찌르는 감동이 있다. 다만 일부 시청자들은 과거 회상을 하는데 있어서 다소 연륜이 있는 노인이 편지에서 쓸 만한 “~했지”라는 말투가 일상 대화와 어울리지도 배우가 풍기는 분위기와 맞지 않다고 보고 있다.
또한 손님이 원하는 음식을 다 만들어준다는 식당 운영 방침이 한국적인 색깔과 맞지 않아 공감하기 어렵다는 드라마 기본 장치에 대한 아쉬움, 30분 드라마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 시청자들에게 ‘심야식당’의 짧은 흐름이 다소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일부 시청자들은 우리 풍토에 맞게 심야식당이 아닌 포장마차로 했어야 했다는 힐난을 하기도 하지만 원작의 색깔을 완전히 지우지 않으면서도 한국적인 맛을 살리기 위해 고민이 가득했을 제작진의 노력은 곳곳에 보였다. 종로 피맛골을 연상하게 하는 배경, 우리 음식에 색다른 의미를 부여해 재미를 높인 구성은 원작과 한국 실정을 적절히 녹이려는 의도가 느껴졌다. 물론 그럼에도 원작을 기억하는 많은 시청자들의 아쉬움 가득한 시선은 원작이 있는 드라마의 공통적인 족쇄다.
이 드라마의 완성도가 심각하게 떨어지진 않다. 일단 매회 펼쳐놓는 이야기가 감동을 안긴다.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묻어나는 이야기 구조는 서정적이다. 자극적인 이야기가 아닌 까닭에 야밤 시청자들을 붙들어놓기 충분하다. 다양한 인물들이 펼쳐놓는 각각의 인생사는 이 드라마의 최대 강점이다. 무엇보다도 매회 새롭게 등장하는 배우를 보는 맛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2회에 등장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 심혜진만 봐도 그렇다. 썩 유쾌하지 못한 첫 방송을 마친 '심야식당'이 서정적인 이야기에 대한 시청자들의 갈증 요소를 잘 채울 수 있을까. 이 드라마가 원작이 가진 이야기의 힘으로 지금의 혹평을 뒤집는 반전을 이뤄낼 수 있을 지 조금 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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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식당'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