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복면가왕’ 클레오파트라 독주, 뭐가 문제란 말인가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5.07.06 06: 49

‘복면가왕’ 무적의 클레오파트라의 정체는 이제 무의미해졌다. 이 프로그램을 보는 시청자들이라면 다 안다고 해도 무방한데 정체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제 남은 것은 그의 복면을 벗길 자가 누구이냐는 것이다. 클레오파트라의 복면이 벗겨졌으면 하면서도, 언제까지 그가 복면 속에 숨어 있을 수 있느냐가 궁금증을 자아낸다. 그의 ‘클래스가 다른’ 독주는 그 자체만으로도 제법 흥미롭다. 
지난 5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복면가왕’은 클레오파트라가 7대 가왕이 되는 기적의 순간이 펼쳐졌다. 4연승이자, 벌써 8주째 정체를 숨기고 있다. 물론 시청자들은 그가 누구인지 알고 있다. 클레오파트라가 막강한 경쟁자의 등장과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까닭에 목소리를 숨기지 않고 노래를 부른지 꽤 됐다.
시청자들 역시 클레오파트라의 정체보다 그가 언제 가면을 벗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5일 방송만 봐도 감성적인 보컬리스트인 린이 가면을 벗었고, 개성 강한 음색의 정인이 가면을 벗었다. 쟁쟁한 노래 실력을 가진 이들이 모두 정체를 공개했지만 에프엑스 루나를 꺾고 꼭대기에 올라간 클레오파트라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혹자는 어느 순간 이 프로그램이 ‘클레오파트라를 이겨라’가 됐다고 아쉬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허나 ‘복면가왕’이 가진 즐거운 노래 놀이터라는 인식은 다른 경연 프로그램에서는 재미가 반감될 수 있는 누군가의 독주도 흥밋거리가 되고 있다. 아무래도 이 프로그램이 노래 대결이라는 경연 프로그램 성격보다는 복면 속 가수를 맞히는 추리와 목소리를 숨긴 가수들의 실체를 마주했을 때의 반전이 안기는 재미가 크기 때문이다.
가수 린이 복면을 벗었다고 해서 노래 실력이 한 수 아래라는 게 아니라는 것을 시청자들이 알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정체를 숨기면서 노래를 하는 가수의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 목소리를 들으며 누구인지 추론하는 재미, 판정단의 예측 속 웃음 가득한 이야기가 진지한 노래 경연이 아니더라도 상당히 흥미롭게 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래서 클레오파트라가 무려 4연승을 했다고 해서 프로그램 근간이 흔들리거나, 누군가 반드시 클레오파트라를 제치길 바라는 심각한 경쟁 구도가 생기지 않는다. 출연하는 가수는 진지할지 몰라도 보는 이들은 마냥 가벼워서 즐거운 ‘복면가왕’의 매력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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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밤’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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