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데뷔 19년차 다운 내공이었다. 하지원은 SBS ‘너를 사랑한 시간’(이하 ‘너사시’) 1회 방영 후 대사톤이 다소 붕 뜬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지난 5일 방송된 4회에서는 전혀 흠잡을 데 없는 연기력을 뽐냈다.
그는 ‘믿고 보는 배우’라는 배우로서 영광스러운 수식어를 얻을 만큼, 연기력을 입증 받은 여배우 중 한 명이다. 1회에서도 연기력이 부족하다기 보다 그간 하지원이 연기했던 드라마 속 역할들과 사뭇 다른 느낌이라 어색한 부분이 컸다.
이런 시청자들의 반응을 피드백한 것일까. 그는 3회부터 다시 안정된 연기를 보여주며, ‘역시 하지원’이라는 말이 나오도록 만들었다. 2회만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피드백을 받아들이고 역할에 대한 몰입도를 보여주는 그의 내공이 빛나는 순간이다.
하지원은 극 중 당차면서도 사랑스러운 성격의 구두 마케팅 팀장 오하나 역을 맡아 출연 중이다. 특히 17년 지기 최원 역의 이진욱과 우정과 사랑을 오가는 묘한 관계로 보는 이들마저 설레게 만드는 로맨스를 그리고 있다.
그는 방송 전 진행된 제작발표회를 통해 “오하나는 지금까지 맡았던 역할 중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다. 실제로 나는 ‘시크릿 가든’ 속 길라임보다 오하나에 더 가깝다”고 말한 바 있다. 그래서 일까? 안정을 되찾은 ‘너사시’ 속 하지원은 보는 이들의 공감을 자아내는 현실 연기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밖에서는 세련되고 우아한 커리어우먼 패션이지만, 집 안에서는 대충 묶은 머리와 안경으로 세상에서 가장 편한 듯한 차림으로 바뀌는 모습은 실제 하지원의 쉬는 시간을 엿보는 듯 리얼하다는 평이 대부분.
그간 하지원은 SBS ‘시크릿 가든’, MBC ‘더킹 투 하츠’, 영화 ‘조선미녀삼총사’ 등과 같이 강하고 액션이 주된 캐릭터를 맡아, 대한민국 최고의 액션배우로 꼽히기도 했다. 오히려 이런 점 때문에 ‘너사시’ 속 사랑스럽고 평범한 캐릭터 오하나를 연기하는 하지원에 우려 섞인 시선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하지원은 이런 우려를 날려버리듯 빠른 피드백과 역할에 대한 흡입력으로 오하나에 완벽하게 몰입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묘한 감정의 변화로 흔들리는 최원과의 우정과 옛 연인 차서후(윤균상 분) 사이에서는 또 어떠한 연기 변화를 보여줄지 더욱 기대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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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방송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