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여름이 왔나 보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배우 이준기가 올 여름에도 MBC 사극 '밤을 걷는 선비'(이하 밤선비)를 통해 안방극장을 찾는다. 지난 해 여름 방송된 KBS 2TV '조선총잡이'에서는 검을 버리고 총을 택한 조선의 청년 무사를, 2012년 여름 시작된 '아랑사또전'에서는 귀신 보는 사또를 연기했었다.
모두 사극이긴 하나, 늘 캐릭터 변신을 꾀하며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이번에는 조선시대 뱀파이어다. 그가 흡혈에 대한 욕망을 누르고 희귀한 책을 모으는 남장여자 책괘와 사랑에 빠지는 선비 김성열을 연기한다.
대부분의 배우들이 다루기 거북스럽고 불편한 수염과 한복을 입고 연기하는 것에 어려움을 토로한다. 하지만 이준기에게는 이 작업이 되레 즐겁기만 하다. 땀이 송글송글 맺히는 여름에도 말이다. 그가 사극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자부심(=부심)이 있기 때문.
이 같은 '사극愛'는 영화 '왕의 남자'부터 시작된 듯 하다. 쌍꺼풀이 없는 매력적인 눈매에 살짝 올라간 입꼬리, 여성스런 외모와 상반된 단단하고 중후한 목소리는 왕의 남자 공길에 안성맞춤이었다. 이 영화를 통해 높은 인기를 얻었고 '예쁜 남자' 신드롬을 일으키며 스타덤에 올랐다.
물론 드라마 '투윅스' '개와 늑대의 시간' 등 현대극에서도 연기력을 인정받았으나, 유독 이준기는 사극이라는 어려운 장르에서 재능을 드러내고 있다. 애정이 남다르니 결과도 좋다. '왕의 남자'를 시작으로 드라마 '일지매' '아랑사또전' '조선총잡이'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준기는 지난해 진행된 '조선총잡이' 제작발표회에서 취재진에 "더워도 여름에 작품(사극)을 하는 이유는 그림이 더욱 예쁘게 나온다. 브라운관에 나온 배경이 더 돋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황량하고 거친 겨울에 비해 푸른 산록으로 뒤덮인 자연에 생기가 넘치고 아름다운 광경을 연출해 작품을 감상하는 재미를 배가시킨다는 설명으로 풀이된다.
하도 사극을 자주 하다보니 무더운 여름도 견뎌내는 그만의 노하우가 생겼다. 이준기 측 관계자는 OSEN에 "이준기가 사극에서 가발을 쓰고 벗을 때에도 자신만의 방법이 생긴 듯하다"라며 "앞머리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머리로 놔두고, 뒷머리만 살짝 커트해서 좀 더 요령있게 가발을 쓴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이준기가 사극을 자주 하는 것에 "현대극도 나름의 즐거움이 있지만 사극에 비해 무언가 심심하다고 한다. 아무래도 사극이라는 장르가 그에게 잘 맞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드라마 '조선총잡이'를 연출했던 김정민 PD는 최근 OSEN에 "이준기는 대역 없이 모든 액션 신을 본인이 직접 소화하려는 의지가 강한 배우다. 또 액션을 잘 하기도 한다"고 칭찬했다.
이준기는 '밤선비'를 위해 빨간색 컬러 렌즈도 준비했고, 한 번도 본 적 없는 뱀파이어를 만들어내기 위해 밤낮으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간 많은 배우들이 뱀파이어를 연기했지만 이준기가 그려갈 뱀파이어는 어떤 모습일까? 타고난 그의 '사극 자부심'에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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