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극장에선 밝은 그가 스크린에만 오면 사연이 많아진다. 영화 '궁녀', '추격자'도 그랬고,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비정한 도시', '배우는 배우다'까지. 참 서영희가 연기하는 캐릭터들은 기구했다.
그러나 이번 '마돈나'는 살짝의 변화를 찾아볼 수 있다. 주로 사연을 이야기해야 했던 기존과는 다르게 이번엔 사연을 듣는 입장이다. 극을 이끌기보단 극 속에서 리액션을 하며 미나(권소현 분)의 캐릭터를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역할이다.
마침 다른 걸 해보고 싶었던 찰나에 '마돈나'는 서영희에게 딱 맞는 옷이었다. 하지만 변신은 곧 낯설음과 연결될 수 있는 것. 때문에 걱정도 많았단다. 튀어보이면 어떡하지 속으로 걱정이 많았다고 했다. 칸 국제영화제까지 초청됐는데 걱정할 필요 있었냐는 기자의 말에도 "계속 걱정됐다"며 자신의 연기에 겸손함을 표했다.
다른 역할에 도전했지만, 그래도 서영희는 '19금' 영화를 벗어나지 못했다. 사연 많은 여자, 약간은 심오한 영화 출연 배우 등의 수식어에 대해서 "어떤 이미지가 떠오른다는 건 좋은 거잖아요"라며 걱정을 표하지 않았음에도 "아이들이 알아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있어요"라며 하하호호 웃어보인 그였다.
다음은 서영희와의 일문일답.
- '마돈나'를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
▲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주셔서 읽었는데 되게 좋았다. 그동안 '마돈나' 속 미나 같은 역할만 해와서 다른 걸 해보고 싶었는데 마침 그런 역할이었다. 게다가 여자 둘의 이야기고 욕심이 나서 감독님께 하겠다고 했다.
- 그간 '사연 많은 여자 캐릭터'와 유독 인연이 깊었다.
▲ '서영희' 하면 생각나는 뭔가가 하나 있다는 것이 좋지 않나. 역할은 그렇지만 나의 삶만 행복하면 되는 것 아니겠나. 그리고 고민할 수 있는 역할이 더 재밌다. 그래서 '마돈나'가 더 걱정됐다. 해보지 않은 부분이라 관객분들이 어색하다고 느끼면 어떡하지 그게 걱정된 거다.
- '마돈나'가 배우 서영희 인생의 전환점이 될까.
▲ 그 정도로 잘한 것 같진 않다. 다른 것에 도전할 수 있게끔 방향을 틀어준 건 맞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전환점인 것이겠지. 지금까지와 완전 다른 건 아니고 이런 느낌도 있고 조금 보여준 것 같다. 그렇게 보였으면 해서 긴장하는 것 같다. 이제껏과 다른 모습이 이해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 작품 선택의 기준이 있다면.
▲ 어려운건 피하는 편이다. 내가 보기에도 어려운데 어떻게 관객분들이 이해를 하시겠나. 재밌는거, 읽는 재미가 있고 쉽게 넘어가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역할도 책을 덮었을때 생각나는 역할이면 도전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다. 내가 느낀 만큼 관객분들에게 전달하기도 어렵지 않나. 책을 이길수 없듯이 내가 좋게 느꼈으면 내가 2/3 정도 채울수 있겠다 느낌 나는 것을 선택한다. 괜한 욕심을 부려서 역할이 생명을 잃을수도 있으니까.
- 서영희는 임팩트 있는 영화를 할 것이란 시각이 많다.
▲ 그게 부담이다. 칸 영화제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도 좋으면서도 부담스럽다. 물론 어느 정도는 관객분들이 나를 믿어주시는 거라고 생각해서 굉장히 좋다. 단 한 명이라도 믿어준다고 생각하면 좋다. 그런데 애들도 날 알아봤으면 좋겠는데 맨날 19금 영화만 해서(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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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