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돈나' 신수원 감독, "상업영화? 거짓말로 만들순 없잖아요"[인터뷰]
OSEN 김경주 기자
발행 2015.07.07 16: 12

칸 국제영화제를 두 번이나 다녀왔다. 이 말을 누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다르게 해석될 것 같다. '칸 영화제에 두 번이나 다녀온 훌륭한 감독', '조금은 어려운 영화를 만드는 감독'.
두 가지 다 맞다. 신수원 감독은 좋은 영화를 만들어내는 감독임에 틀림없고 일반적인 상업 영화처럼 마음 편히 쉽게 볼 수 있는 영화가 아님에는 분명하다. 마음이 편하지 않다고 해서 대중적이지 않다는 말은 아니지만, 어찌됐건 신수원 감독의 영화 앞에는 '다양성 영화'라는 말이 붙어있다.
이번 '마돈나'도 그렇다. 마돈나라고 불렸던 한 여자의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는 다양성 영화라는 수식어와 함께 관객들을 만나고 있는 상황. 한 번쯤은 어마어마한 규모의, 소위 말하는 상업 영화를 만들어보고픈 욕심은 없을까. 신수원 감독은 "거짓말로 시나리오를 쓸 수는 없잖아요"라는 말로 모든 것을 표현해줬다. 자신의 이야기가 상업적으로 맞으면 좋은 것이고, 아니더라도 후회 없는 길을 가는 것이 신수원 감독의 영화 철학이었다.

다음은 신수원 감독과의 일문일답.
 
- '마돈나'를 만들게 된 이유가 있다면.
▲ 아무래도 예전부터 여자들에 관한 이야기를 한 번 해보고 싶었다. 이야기를 구상하며 카페에 앉아 있는데 여자 노숙자들이 언제부턴가 보이더라. 20대 후반 여자였는데 정말 멀쩡하게 생겼다. 지저분한 모습으로 때에 찌든 누더기 같은 옷을 입고는 카페에 앉자마자 자더라. 그걸 보면서 예쁘장하게 생긴 보통 여자인데 어쩌다 저렇게 됐을까,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한 사람의 일상이 쉽게 파괴될 수도 있겠구나라는 두려움이 생기더라. 그리고 '명왕성'이 끝난 다음에 VIP 병동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신문에서만 보는 그 병동이 어떤 곳인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VIP 병동 이야기를 쓰다가 거기에서 일하는 밑바닥 여자 간호조무사의 이야기를 떠올리면서 그때 봤던 여자 노숙자 생각이 났다. 그 두 가지 인물들을 결합해서 이야기를 쓰다보니까 이렇게 흘러온 것 같다. 비정규직으로 사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던 것 같다. 현대 사회에서 나락으로 떨어지는,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삶을 살고 있는 여자의 이야기 말이다.
- 왜 제목을 '마돈나'라고 지었는지.
▲ 여성이 현재 소비되는 방식이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모성을 강요당하는 여성이라는 점이다. 물론 모성이 중요하지만 강요되는 지점도 있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선 한편으론 여성의 가슴이 아기를 키우기 위한 수단인데 섹슈얼한 상징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마돈나가 성스러운 성모마리아를 의미하면서도 섹시의 아이콘 마돈나 때문에 그런 섹슈얼한 이미지도 있지 않나.
- 영화를 보면서 누군가는 불편해 할 수도 있지 않을까.
▲ 불편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행복한 이야기만 해야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해피한 이야기가 포장되는 측면이 있는데 내가 봐왔던 극단적인 처지에 놓여있는 삶을 이야기하고 싶었기 때문에 만들게 됐다.
- 상업 영화에 대한 강박은 없나.
▲ 항상 생각을 한다. 다양성 영화가 제작되기 힘든 상황이고 회차도 여유있게 못하고 쫓기듯 해야하고 표현할수있는 폭도 좁아지니까 힘든 게 느껴진다. 상업영화를 하면 여유있게 찍을 수 있고 스태프들에게도 떳떳하지 않나. 그런 면에서 생각은 하는데 시나리오를 쓰다보면 거짓말로 쓸 수는 없다. 상업 영화스러운 지점을 억지로 할 수 있는건 아니라서 점점 드는 생각은 결국 내가 하고싶은 이야기를 하는 건데 상업적으로 맞아 떨어지면 좋은거고 아니면 이렇게 설득해서 가는거다. 작게라도 나와 일하고 싶으면 가는 거고. 그런 생각은 항상 가지고 있다.
 
- 충무로에서 여성이란.
▲ 해외에서도 여성 영화 감독은 소수자라는 생각이 있다. 스태프들도 거친 남자들이 많은 편이다. 처음에는 기센 남자들하고 일하면서 힘들었다. 단편 영화를 찍고 이럴 때 스태프들하고 찍는 게 힘들고 그랬는데 결국은 영화를 완성해야 한다는 의지가 있으면 하게 되더라. 나중에는 노하우가 생기기도 했다. 어떤 때는 내가 마초같다는 생각도 든다(웃음). 예전에 어떤 감독이 여자가 여자라는 인식을 스스로 하는 것부터 문제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여성이라는, 자기 한계를 규정할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그 말이 인상적이었는데 맞는 말 같기도 하다. 나는 내가 여자라는 것을 현장에서 잊어버리려고 한다. 여자이기 때문에 약한 모습을 보이려고 하고, 그런 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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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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