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 소년과 인간 소녀의 사랑을 그린 영화 '트와일라잇'은 불행한 연인들이라는 테마를 스릴감 넘치고 감각적으로 그려내 미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높은 인기를 누렸다.
뱀파이어 소년은 소녀를 향한 묘한 끌림과 흡혈 욕구 사이에서 갈등하지만, 서로에 대한 마음이 깊어져 사랑에 빠지게 된다. 로맨틱한 이들의 사랑이 심박수를 높였다. 트와일라잇 시리즈는 여성 관객들에게 지지를 얻으면서 21세기 대작 중 하나로 우뚝 섰다.
새 드라마 '밤을 걷는 선비'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책쾌 조양선이 뱀파이어 선비 김성열을 만나 벌어지는 판타지 멜로극이다. 뱀파이어 선비가 책을 모으는 남장여자 책괘에게 시간이 지날수록 사랑에 빠지는 것. 뱀파이어 이준기와 소녀 이유비의 로맨스가 안방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히트작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7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신사옥 골든마우스홀에서 MBC 새 수목드라마 '밤을 걷는 선비'(이하 밤선비)의 제작발표회가 진행됐다. 이날 주연을 맡은 이준기 이유비 심창민 이수혁 김소은 장희진과 연출을 맡은 이성준 PD가 자리를 빛냈다.
이성준 PD는 전작 '기황후' '해를 품은 달' '이산' '계백' '짝패' 등의 사극을 성공시킨 바 있다. 이에 '밤선비' 역시 기대와 함께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
이 PD는 "저희 MBC는 CG(컴퓨터그래픽)에 자신이 있다"라면서 "(그동안 뱀파이어를 다룬 드라마와 비교해)다소 식상하기도 한 뱀파이어 소재지만 새롭게 다가가겠다. 웹툰 만화에는 없는 캐릭터 3명을 추가했고, 더불어 멜로 라인이 추가됐다"면서 드라마의 작품성을 자신했다.
이준기는 이 드라마에서 아름다운 뱀파이어 선비 김성열을 연기한다. 그가 숱하게 많았던 뱀파이어들을 뒤로 하고 '이준기 표 뱀파이어'를 표현하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고.
이준기는 "제가 사극을 자주하기도 하지만 흡혈귀를 표현하기 위해 작가님, 피디님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찍고 있다"며 "이번 드라마에서 제 나이가 제일 많더라.(웃음) 젊은 배우들이 옆에서 에너지를 많이 준다. 현장이 상당히 즐겁고 좋은 에너지를 많이 받고 있다"고 기분 좋게 웃었다. 그는 뱀파이어 캐릭터를 위해 빨간색 써클렌즈도 따로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이준기 표 뱀파이어에 기대가 쏠리고 있다.
그와 호흡을 맞추는 배우 이유비는 남장을 한 채 살아가는 책괘 조양선을 연기한다. 이날 이유비는 "사실 남장 여자라 예뻐야한다는 부담은 없다"면서 "하지만 전혀 남자 같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제가 날렵하게 생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잘 봐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옆에서 이를 들은 이준기는 "이유비 씨가 남장 여자에 잘 어울린다"면서 귀엽다고 칭찬했다.
앞서 이준기와 이유비는 지난달 드라마 촬영 도중 부상을 입어 2~3주 이상 촬영을 중단한 바 있다. 이에 이 PD는 "사실 이유비 씨는 컨디션이 100%는 아니다. 격한 장면이나 와이어 같은 역동적인 장면을 찍을 때 조심스러운 상태"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본인의 의지가 대단해 대역 없이 촬영한다"면서 이유비의 연기 열정을 치켜올렸다.
이유비는 지난달 10일 촬영 도중 당한 허리 부상으로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었다. 촬영을 중단하고 치료를 받은 이유비는 회복 후 같은 달 18일께 촬영장에 복귀했다. 그와 함께 촬영을 했던 이준기도 코뼈가 골절돼 함께 휴식을 취한 바 있다. 이유비는 "조금의 불편함은 있지만 스태프가 배려를 잘 해주신다. 아무 문제 없이 촬영중이다. 촬영할 때는 이상하게 통증이 없더라"고 말하며 부끄럽게 웃었다.
한편 동방신기 출신 심창민은 현조에 이어 왕위를 이어받는 세손 이윤 역을 맡았다. 그는 캐릭터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더불어 배우 이수혁은 싱크로율 100%를 자랑하며 흡혈귀 역에 캐스팅됐다. 그는 이 드라마에서 사람을 잡아먹고 사는 흡혈귀들의 지배자 귀를 연기할 예정. 이 PD는 특히 이수혁의 캐스팅에 높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배우 김소은은 원작 웹툰에는 없는 새로운 인물을 그려낸다. 최철중의 장녀 최혜령과 120년 전 김성열(이준기 분)의 약혼자 명희까지 1인 2역을 맡았다. 그는 이날 "1인2역을 위해 준비를 많이 하고 있다. 메이크업도 다르다"며 "두 여인을 연기하고 있는데 사실 두 가지 성격 모두 제게 있다. 시크하기도 하다"고 말하며 부끄러운 웃음을 지었다.
원작의 매력적인 기생 수향을 연기할 배우는 장희진. 그는 이번 드라마에서 뱀파이어 선비 김성열(이준기 분)을 짝사랑한다. 그는 첫 사극 도전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는데 스태프분이 도움을 많이 주셔서 (그림이)잘 나올 것 같다"고 자신했다.
사실 외부에서는 '밤선비'를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이 팽배하다. 앞서 지난 4월 종영한 KBS 2TV '블러드'와 현재 방송중인 금요드라마 '오렌지 마말레이드'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기 때문. 두 드라마도 뱀파이어와 인간이 함께 사는 세상을 배경으로 한 판타지다.
각각 뱀파이어 의사와 차별 받는 흡혈귀라는 신선한 소재을 내세워 안방의 문을 두드렸지만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고 차갑게 돌아서야 했다. 피를 먹는 흡혈귀라는 존재가 익숙하긴 한데 국내 정서와 맞지 않는 측면도 없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오빠 같은 배우' 여진구의 출연으로 기대를 모았던 '오렌지 마말레이드'도 뜨뜨미지근한 반응을 얻으며 종영을 바라보고 있다.
이 같은 '뱀파이어 불모지' 한국에서 '밤선비'가 안방극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현재로 봐선 성공을 장담하기에는 어렵다고 볼 수 있지만 작가가 어떻게 내용을 풀어가느냐 배우들의 연기가 얼마나 매력이 있느냐에 따라 충분히 반전을 불러올 수 있다.
배우들과 이 PD는 "저희가 정말 최선을 다해서 촬영을 하고 있으니 많은 기대를 바란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8일 오후 10시 첫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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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