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을 누가 착한 남자라고 했나. 그 동안 수많은 드라마에서 여주인공들을 옆에서 지켜주고 보살펴주는 남자였던 김재원. 말간 얼굴로 악역이라고는 도통 어울릴 것 같지 않았던 이 남자가 180도 변했다. 왜 진작 악역을 하지 않았나. 능글한 웃음이며, 야비한 눈빛이 어디에 숨어있었나. 이제 보니 이 배우, 악역이 딱이다.
‘화정’은 정치적인 소용돌이 속에서 죽은 듯 살아야했던 정명공주의 삶을 그리고 있다. 드라마 초반 정명 공주는 광해의 숙적으로 등장해 광해에게 생명의 위협을 당해야 했다. 하지만 이후 정명이 광해의 진심어린 용서를 받아들이며 두 사람은 정치적 협력자가 된다.
또 광해의 새로운 적 능양군이 등장하면서 두 사람은 더 공고한 신뢰를 쌓게 된다. 능양군은 광해의 명 파병 반대를 틈타 정치에 데뷔한다. 능양군은 명에 파병하지 않으면 명이 쳐들어온다는 소문으로 민심을 혼란에 빠뜨리고, 궁 앞에서 석고대죄를 하는 등 정치적 쇼를 선보였다.
광해는 일찌감치 능양군의 야욕을 알아채지만 능양군을 깜냥을 알고 무시한다. 능양군은 광해의 반대편에 있는 주선에게 비굴하게 굴며 자신을 왕으로 만들어달라고 애걸했다. 자신의 욕망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7일 방송 역시 능양군은 정치적 쇼를 보이며 광해의 발목을 잡았다. 명의 대패로 실의에 빠진 주선을 찾아가 “지금이야말로 광해를 해치울 기회다. 명이 망하기 전에 광해를 끌어내리자. 전쟁에서 살아 돌아온 조선병사들을 빌미로 배신자로 몰아붙이자”고 말했다. 또한 그는 전쟁으로 슬픔에 빠진 백성들의 모습에는 아랑곳없이 인목대비의 생일잔치를 해 정명의 분노를 샀다. 능양군은 이번 잔치에 대신들을 불러 모아 자신의 세를 넓히려고 했던 것.
주선은 능양군이 왕이 될 깜냥은 아니지만, 광해를 끌어내릴 마땅한 대안이 없어 능양군에게 협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드라마 중반에 등장한 김재원은 의외의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던져줬다. 그동안 드라마에서 보여줬던 이미지와 전혀 다른 모습으로 야비 캐릭터 능양군을 표현해냈던 것. 강자에게는 한없이 낮아진 모습으로, 또 뒤에서는 칼을 갈고 이를 가는 모습으로 악역을 연기해냈다.
앞으로 차승원과의 본격 대결이 펼쳐질 만큼 김재원의 활약 또한 기대가 된다. ‘화정’은 분명 김재원의 연기 스펙트럼을 넓힌 작품이 될 것으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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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정’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