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겸 배우 유이가 드라마 한 회가 마무리되는 3분이라는 시간 동안 시청자들을 긴장하게 했다. 사랑에 흠뻑 빠져 행복한 일상을 보내다가 모든 진실을 알게 된 후 3분 동안 충격과 배신감에 치를 떠는 정밀한 연기로 극의 긴장감을 높였다. 유이의 이유 있는 ‘흑화’가 ‘상류사회’ 시청자들을 휘어잡았다.
지난 7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상류사회’ 10회는 장윤하(유이 분)가 사랑하는 남자 최준기(성준 분)가 자신의 집안 배경을 보고 의도적으로 접근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이야기가 그려졌다. 준기가 윤하를 진짜 사랑하게 됐지만, 윤하가 준기의 불순한 진심을 알게 되면서 두 사람의 사랑이 흔들리게 됐다. 그동안 윤하는 준기가 자신의 배경을 모른 채 순수하게 사랑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재벌 딸이 아닌 인간 장윤하를 사랑하는 남자라고 생각해 준기에게 빠져 있었다. 하지만 진실은 달랐다. 이를 목도하게 된 윤하의 충격은 이날 방송 말미 3분에 다 담겼다. 준기의 서랍에 있는 자신의 과거 사진을 보고 준기가 자신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는 것을 파악한 것. 이후 극도의 충격과 사랑하는 남자에 대한 배신감, 그리고 형용할 수 없는 분노에 휩싸였다. 눈물을 머금었다가 미소를 싹 지우고 눈에 실망감이 가득한 윤하의 모습은 시청자들을 긴장하게 했다.
그리고 방송 끝부분에 공개된 11회 예고에는 준기에게 상처를 주기 위해 결심하는 윤하의 모습이 담기며 시청자들을 안타깝게 했다. 시작은 의도적이었지만 어느새 윤하를 사랑하게 된 ‘남자 신데렐라’ 준기, 그리고 사랑 앞에서 순수했지만 배신감에 어쩔 줄 몰라하는 윤하의 교차되는 속내는 앞으로 이 드라마를 보는 가장 큰 즐거운 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드라마를 지배하는 가장 큰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가운데, 유이의 연기는 안방극장의 시선을 빼앗았다. 유이는 준기 앞에서는 한없이 해맑던 윤하가 안타깝게 돌변하는 과정에서 감정이 휘몰아치는 변화를 잘 표현했다. 마지막 3분은 윤하의 심정의 변화가 커서 흡인력이 높았던 장면. 유이는 이 같은 극도의 감정 변화를 캐릭터에 맞게 구현했다.
너무 튀지 않고 적절한 감정선을 유지했다. 그의 연기는 시청자들의 몰입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긴장감 형성에 더할 나위 없었다. 그동안 윤하가 준기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차근차근 표현해왔기에 이 같은 분노와 실망감이 설득력 있게 그려졌다.
그는 이 드라마를 통해 데뷔 후 차곡차곡 쌓아온 연기력을 발휘하고 있다. 자연스러운 감정 표현으로 고뇌가 많아 단편적이지 않은 윤하라는 인물을 안방극장에 잘 전달하고 있다. ‘상류사회’가 하명희 작가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토대로 배우들의 연기가 조화를 이루며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주인공 유이의 안정적인 구심점 역할은 칭찬받을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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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류사회'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