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꽁치 통조림인데 하늘과 땅 차이였다.
요리연구가 백종원과 셰프 맹기용이 식재료에 대한 믿음의 차이가 보여준 큰 결과였다. 맹기용에게는 오명의 꽁치였다면, 백종원에게는 찬사의 꽁치가 됐다.
백종원은 지난 7일 방송된 tvN '집밥 백선생'에서 직접 노량진에서 공수해온(?) 꽁치가 아닌, 슈퍼에서 파는 생선 통조림을 이용해 꽁치 간장조림과 감자 품은 고등어조림을 선보였다. 모두의 예상을 깬 반전이었다. 통조림의 값은 비록 1500원이지만 일식집에 온 듯한 분위기를 풍겼다. 그의 통조림 요리는 고급 호텔에서 볼 수도 있을 만큼 변신의 폭이 넓었다. 백종원은 맹기용이 제공한 '생선 트라우마'를 날릴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줬다.
앞서 맹기용은 JTBC 예능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식빵 사이에 꽁치를 넣은 이른바 '맹모닝'을 선보이며 외적인 충격과 더불어 셰프로서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고스란히 받은 바 있다. 이로 인해 고정 출연하던 MBC '찾아라! 맛있는 TV'에서 5개월 만에 하차했고, '냉장고를 부탁해'에서도 결국 지난달 30일 물러났다.
맹기용은 방송에 출연하는 셰프로서 타 셰프와 다른 본인만의 매력을 보여줬어야 했다. 물론 독특한 개성은 충분히 엿볼 수 있었다. 낮은 경력이라 대단한 실력을 보여주지는 못했더라도 한 번쯤은 증명해줬어야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맹모닝' 논란이 잠잠해지기보다 레시피 도용 의혹으로 되레 논란을 키우고 말았다. 그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어쩌면 과하다 싶을만큼 냉랭했다. 맹기용은 앞으로 좋은 셰프가 되겠다고 다짐하며 방송가를 떠났다. 복귀할 가능성은 남겨둔 채.
지난 1993년 외식업계에 첫 발을 들여놓은 22년 차 베테랑 백종원이 5년 차의 아마추어 셰프 맹기용에게 앞서는 것은 경력 면에서나 내공 면에서 볼 때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재료의 특성을 파악하고 다가가는 방법부터 달랐다.
백종원이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편안하게 녹아들었다면, 맹기용은 비주얼적 측면에 올인해 화제를 만들려는 듯한 인상을 남겼다. 그래서 사람들의 반감을 산 것이다. 두 사람이 보여준대로 생선이란 게 맛은 있는데 도전하기 참 어려운 분야다. 조리 시작부터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과정까지 냄새와 가시 때문에 엄두가 나지 않아 주부들도 기피한다. 하지만 백종원이 노련한 실력으로 결국 대중이 원하는 그것을 보여줬다.
백종원은 꽁치라는 재료의 본연의 맛을 보는 체험 학습부터 시작했다. 뚝심 있고 카리스마 넘치게 요리를 연구하는 사람로서 음식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모습이었다. 자신의 손 끝에서 탄생하는 음식으로 사람들과 소통했다. 이 점은 셰프 맹기용이 노트에 받아 적으며 일상에서 늘 상기해야 할 부분이다.
백종원은 이날 "궁극적인 제 목표는 음식을 안하던 분들이 하는 것"이라며 "음식 사업을 하는 사람으로서 사람들이 집밥을 해드시면 사실 식당은 안 된다. 그러나 이렇게 음식에 관심을 가지면 음식을 이해하고 나중엔 되레 외식이 늘기도 한다. 멀리보면 10~20년 후에 외국에 나가서 한식을 알리는 분들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맹기용에게도 만회의 기회가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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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DB 및 JTBC tvN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