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꿀잼'(매우 재미있다)이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그만큼 큰 법이라고들 하지만 '밤을 걷는 선비'에게 이 명제는 통하지 않았다. 한 시도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속도감 있는 전개와 흡인력 있는 영상으로 믿고 볼만한 판타지 청춘 멜로 사극의 탄생을 알렸다.
'밤선비'는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2012) '기황후'(2014) 등을 공동 연출한 이성준 PD가 연출을, '커피프린스 1호점'(2007)을 집필한 장현주 작가가 극본을 맡았다. 두 사람의 전작들이 안방극장에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렸기 때문에 이들의 의기투합으로 또 하나의 성공작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 섞인 시각이 우세했다. 음석골에 사는 뱀파이어 선비 김성열을 연기하는 이준기부터 책쾌 이유비, 흡혈귀 이수혁, 세손 심창민, 성열의 정혼자 김소은, 기생 장희진까지 누구하나 빠지지 않고 각자의 자리에서 존재감을 톡톡히 발휘했다.
지난 8일 방송된 '밤선비' 1회는 반듯하고 강직한 홍문관 부제학으로 살던 김성열이 인간 세상에서 군림하려는 흡혈귀 귀에 맞서기 위해 120년 전 뱀파이어가 된 이유와 귀를 없앨 비책이 담긴 정현세자비망록을 얻으려 책쾌 조양선을 만나는 모습이 그려졌다. 여인보다 아름다운 미모를 가진 성열과 심성이 곱고 정 많은 양선의 운명적인 첫 만남을 통해 이들이 사랑에 빠질 것을 예고했다.
120년 전 성열은 정현세자(이현우 분)가 단순한 재미로 흡혈 요괴에 관심을 갖고 있는 줄 알았다. 어떻게 하면 놀려먹을 수 있을지 궁리했다. 그러나 궁이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귀를 없앨 강한 힘을 지닌 수호귀 해서(양익준 분)와 비밀결사단을 꾸렸다. 하지만 역부족해서 역시 귀의 먹잇감이 됐다. 해서는 발각 후 공격 당해 죽음의 위기에 놓이면서 성열의 목을 물어 자신의 임무를 넘겼다.
그렇게 선비 김성열은 뱀파이어가 됐다. 귀는 그에게 수하가 될 것을 강요했지만 듣지 않자, 정혼자 이명희(김소은 분)를 인질로 잡아들였다. 명희는 자신의 목숨을 내놓고 죽어가면서까지 성열이 살아서 뜻을 이루길 바랐다. 키스를 통해 자신의 피를 넘겨주었고, 성열은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살기 위해 그녀의 목에 이빨 자국을 냈다.
첫 회는 원작인 웹툰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CG 역시 어색하지 않고 한층 세련된 느낌을 자아냈다. 하지만 원작에 없던 혜령(김소은 분)을 추가해 인물간의 애틋한 멜로 라인을 더했다. 성열과 양선, 혜령을 중심으로 이들을 좋아하는 수향과 이윤의 관계가 관전 포인트다. 이성준 PD의 말대로 사람의 피를 먹어야 살 수 있는 성열의 뱀파이어적 면모와 사랑하는 여인을 보낼 수 없는 인간적인 면에서 나오는 멜로가 포인트다.
배우와 캐릭터 간의 높은 싱크로율도 돋보였다. 귀를 연기하는 이수혁은 하얀 피부와 매서운 눈매, 중저음의 목소리로 만화를 뚫고 나온 듯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마치 뱀파이어를 위해 준비된 배우 같았다. 더불어 통통 튀는 책쾌 이유비의 연기도 흠잡을 데 없이 훌륭해서 제작진이 왜 그렇게 침이 마르도록 자랑을 했는지 느낄 수 있게 만들었다.
조선판 뱀파이어 '밤선비'가 다소 식상한 뱀파이어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흥행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 드라마 '오렌지 마말레이드' '블러드' '뱀파이어 아이돌' 등의 선례를 깨고 성공작으로 남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밤선비'는 남장을 한 채 책쾌로 살아가는 조양선이 음석골에 사는 신비로운 선비 김성열을 만나 그가 뱀파이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판타지 멜로 사극. 매주 수, 목 오후 10시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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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선비'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