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선비’ 이준기표 사극 다 안다고? 흡혈귀는 달랐다 [첫방②]
OSEN 권지영 기자
발행 2015.07.09 06: 53

이준기표 사극이라고 했을 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언제나 가족을 억울하게 떠나보낸 그가 복수를 위해 달려가며 갓 아래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을 쏘아내고, 도포 자락을 휘날리는 수려한 액션으로 화면을 가득 메우는 것. 하지만 이준기는 시청자가 예상한 부분보다 한 발짝 더 나아간 지점에서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영민한 모습으로 시청자를 또 한 번 몰입하게 했다.
지난 8일 방송된 MBC 새 수목드라마 ‘밤을 걷는 선비’ 1회에서는 귀(이수혁 분)와 만나는 성열(이준기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권력을 쥐고 인간 위에 군림하던 귀는 자신을 없애려는 수호귀 해서(양익준 분)를 먼저 제거했는데, 해서는 죽기 직전 성열을 흡혈귀로 만들며 힘을 물려준 것. 예상치 못한 해서의 공격에 쓰러진 성열이 사흘 후 정신을 차렸을 때 세상은 바뀌어 있었다. 자신은 흡혈귀가 돼있었고, 오랜 벗 정현세자(이현우 분)는 역모죄를 쓰고 참수 당했으며 성열의 가족도 몰살됐다. 정인 명희(김소은 분)는 귀에게 잡혀와 결국 죽음을 맞이했다. 이후 시간은 120년이 흘렀다.
이렇듯 빠른 속도로 전개된 1회에서 이준기는 밝고 믿음직스러운 한 남자로 분해 사랑이 가득한 눈빛으로 명희와의 로맨스를 단 한 신으로 설명, 120년 후의 이야기를 시작해야 하는 ‘밤선비’의 밑그림을 빠르게 그려나갔다. 또 그가 해서와 처음 만난 대나무 숲에서 벌인 시원한 액션은 이준기가 보여줄 본격적인 액션의 예고편으로, 흡혈귀 이준기의 한층 강렬한 액션을 기대하게 했다.

또 이준기는 흡혈귀가 됐음에도 인간의 편에 서며 귀에 대한 분노를 표현하고, 피를 향한 갈망에 고통스러워하다가 죽어가는 명희의 피를 끝내 마시고야 만 성열의 복잡한 심경을 뛰어난 연기력으로 소화하며 성열의 캐릭터 설명을 한 회안에서 모두 끝내는 저력을 발휘했다.
이준기는 그간 사극에서 다양한 액션을 소화하며 시청자에 큰 사랑을 받아왔다. 그만큼 이준기표 사극은 믿고 본다는 인식이 강했는데, 그래서 그의 사극 연기가 이미 많은 시청자에게 익숙하다는 단점도 있었다. 하지만 이준기는 빠르게 전개되는 이번 작품 속 자신의 장점을 집약한 밀도 있는 연기로 안방극장에 낯선 뱀파이어 소재를 시청자에 설득력 있게 전달했다.
가족을 억울하게 잃은 그가 분노할 때 튀어나온 송곳니와 붉은 눈은 그의 복수가 이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풀어나가게 되리라는 것을 알렸다. 또 사랑하는 여인 앞에서 뜨겁게 눈물을 흘리던 그가 결국 피를 마실 수밖에 없던 충격적인 모습은 120년 후 차갑게 돌변한 모습에 궁금증을 더해 다음 회를 기다리게 한다.
앞서 KBS 2TV ‘블러드’, ‘오렌지 마말레이드’ 등 뱀파이어 소재를 선보인 드라마는 안방극장을 공략하는데 실패한 상황이다. 하지만 ‘밤을 걷는 선비’는 시청자에 익숙한 이준기표 사극에 뱀파이어 소재로 신선함을 잡고, 착한 뱀파이어와 나쁜 뱀파이어라는 단순한 구조를 단단하게 세우면서, 앞으로 ‘밤선비’가 채워나갈 이야기에 흥미를 유발하는데 성공했다는 평이다.
한편 '밤선비'는 인간의 본성을 잃지 않은 뱀파이어 선비 김성열(이준기 분)이 절대 악에게 맞설 비책이 담긴 '정현세자 비망록'을 찾으며 얽힌 남장책쾌 조양선(이유비 분)과 펼치는 목숨 담보 러브스토리다.
jykwon@osen.co.kr
‘밤을 걷는 선비’ 방송화면 캡처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