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등장부터 강렬했다. MBC 새 수목드라마 ‘밤을 걷는 선비’ 첫 방송에서 미남 배우 이수혁의 뱀파이어는 브라운관을 섹시한 핏빛으로 물들였으니까. '트와일라잇'의 로버트 패틴슨보다 더 하얗고 투명한 피부에 더 오똑하고 날카로운 콧날, 준비된 뱀파이어 이수혁이 조선시대로 돌아가 역대급 공포를 선사하고 있다.
이수혁은 8일 '밤선비' 1회에서 치명적 매력의 흡혈귀로 분해 여인의 피를 취하는 모습으로 시청자 시선을 확 잡아당겼다. 초반에 기선을 제압하지 않으면 지상파 TV 미니시리즈라도 애국가 시청률로 울고 가는 요즘 세상. 이수혁을 뱀파이어로 캐스팅한 제작진의 의도는 제대로 적중했다.
이날 방송에서 '밤선비'는 정현세자(이현우 분)는 김성열(이준기 분)에게 자신이 지은 소설의 내용을 이야기하는 장면을 그렸다.
정현세자가 무더운 한 여름밤 서늘한 흡혈귀 얘기를 나즈막이 들려주는 건 공포물의 전형적인 포석. “궁녀들 사이에서 전해지는 무시무시한 전설. 보름달이 뜨는 날 밤, 임금의 합궁이 정해지면 어김없이 그 자가 나타난다 하네. 왕의 여인을 탐하는 자, 죽음의 공포마저 잊게 한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그 자는 흡혈귀”라고 마지막 순간에 목소리 톤을 높이는 순간, 귀(이수혁 분)의 치명적인 자태가 드러난 것도 시청자(관객)를 깜짝 놀라게 하는 '월하의 공동묘지' 식 클리셰.
다소 진부할 수 있는 이 스토리가 시청자 등줄기를 서늘하게 만든 건 바로 이수혁의 존재 덕분이었다. 귀는 깊은 밤, 자신을 보고 울부짖는 올빼미를 노려보며 붉은 눈을 빛냈다. 특히 귀는 임금보다 먼저 여인의 침소에 들었고, 그의 목을 물어 피를 취했다. 여인은 쓰러졌고, 귀는 피의 맛을 음미했다.
‘밤선비’는 눈이 부실만큼 아름다운 관능미를 가진 뱀파이어 선비 김성열(이준기)을 중심으로 한 판타지 멜로다. 이준기에 맞서는 귀기 서린 뱀파이어가 이수혁이고 선 대 악의 대결구도가 드라마 재미의 핵심이다. 결국 이수혁이 얼마나 악하고 멋진 뱀파이어를 연기하는 지 여부에 '밤선비' 성공 여부가 달렸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귀는 지하 궁에 살며 왕실을 조종해 인간세상을 쥐락펴락하는 절대 악이자 사람을 잡아먹고 사는 가장 강한 뱀파이어로, 첫 방송 전 공개된 스틸 속에서 그의 절대 악 포스와 나쁜 뱀파이어의 위험한 매력을 듬뿍 담아 기대를 모은 바 있다.
당시 스틸 속 이수혁은 상의를 탈의하고 그 위에 속이 훤히 비추는 검정 겉옷을 걸쳤다. 탄탄한 복근을 엿볼 수 있는 가운데 비웃는 듯한 묘한 표정이 눈길을 끈다. 또한 두 눈을 살포시 감고 단도를 휘두르는 모습 또한 인상적이다. 거대한 나무 밑동에 몸을 기대고 앉아 있는 모습에서는 폭군의 아우라가 느껴진다.
‘밤선비’ 제작진은 “최근 진행된 촬영에서 이수혁은 절대 악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상의 탈의도 마다하지 않고, 열정적으로 촬영에 임했다. 이처럼 이수혁의 열정과 노력으로 인해 귀라는 캐릭터가 로 탄생했다”며 “마성의 악역 귀의 활약을 기대해달라”고 전했다.
한편 '밤선비'는 인간의 본성을 잃지 않은 뱀파이어 선비 김성열(이준기 분)이 절대 악에게 맞설 비책이 담긴 '정현세자 비망록'을 찾으며 얽힌 남장책쾌 조양선(이유비 분)과 펼치는 목숨 담보 러브스토리. ‘해를 품은 달’, ‘기황후’ 등을 공동 연출한 이성준 PD가 연출을 맡고, ‘커피 프린스 1호점’을 집필한 장현주 작가가 극본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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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화면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