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걷는 선비’가 일명 ‘발CG’ 우려를 딛고 재밌는 판타지 멜로 드라마로 첫 발을 디뎠다. 보통 안방극장의 비웃음을 사기 쉬운 장르적인 특성을 극복하고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와 신기한 볼거리를 쏟아낸 연출, 그리고 배우들의 호연이 어우러지며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지난 8일 첫 방송된 MBC 새 수목드라마 ‘밤을 걷는 선비’는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인간의 본성을 잃지 않은 뱀파이어 선비 김성열(이준기 분)이 절대 악인 귀(이수혁 분)에게 맞설 비책을 찾는 과정에서 남장 책괘인 조양선(이유비 분)과 펼치는 사랑을 담는 드라마.
'밤을 걷는 선비'는 사극인데 흡혈귀가 등장하는 판타지 멜로를 표방하고 있다. 첫 방송은 성열이 왜 뱀파이어가 됐는지 이 드라마의 기본 토대와 조선을 집어삼킨 거대악인 귀와의 갈등이 예고되며 흥미를 자극했다. 보통 판타지 멜로 드라마가 볼거리와 이야기를 모두 충족시키기 어렵다. 이야기가 탄탄하면 컴퓨터그래픽(CG)이 엉망이고, CG가 뛰어나면 풀어나가는 방식이 어설펐다. 그래서 판타지 멜로 드라마는 언제나 호불호가 확 갈렸다. 더욱이 사극이라는 장르까지 결합하면 어색하게 다가오기 마련이다.
‘밤을 걷는 선비’ 역시 첫 방송 전 기대와 우려 섞인 시선이 있었다. 허나 ‘태왕사신기’를 시작으로 ‘아랑사또전’, ‘구가의 서’, ‘야경꾼일지’까지 가끔은 비웃음을 샀던 판타지 멜로 드라마를 만든 MBC의 뚝심은 어느 정도 통한 것으로 보인다. 이성준 PD는 제작발표회에서 “MBC는 CG에 자신이 있다”라고 밝힌 바 있는데 이 PD의 자신감에 이유가 있었던 것. 일단 CG의 완성도는 시청자들이 안방극장에서 기대하는 수준을 잘 맞췄고, 이야기도 흥미로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다소 이색적인 소재를 감싸는 선과 악의 팽팽한 구도라는 쉬운 이야기, 다소 튈 수 있는 볼거리를 자연스럽게 만든 세련된 연출, 다소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설득력 있게 담은 배우들의 열연이 빛났다. 무엇보다도 뛰어난 연기로 첫 방송부터 시청자들을 끌어당긴 이준기의 폭발력 있는 감정 연기, 드라마의 긴장감을 형성한 이수혁과 김소은의 뒷받침이 인상적이었다. 우려를 딛고 순항을 보인 ‘밤을 걷는 선비’가 지금의 기분 좋은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을지 앞으로 조금 더 지켜볼 일이다.
시청률도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9일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첫 방송은 전국 기준 7.7%로 동시간대 1위인 SBS '가면'(10.8%)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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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걷는 선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