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준기와 김소은이 1회로 끝나기에는 너무 아쉬운 ‘역대급 연인 조합’을 보여줬다. 두 사람이 ‘밤을 걷는 선비’에서 비극적인 사랑의 주인공을 연기하며 일명 ‘꿀케미(케미스트리, 조합)’라는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이준기와 김소은은 지난 8일 첫 방송된 MBC 새 수목드라마 ‘밤을 걷는 선비’에서 어느 날 갑자기 선한 뱀파이어가 된 김성열과 그의 정인인 이명희를 연기했다. 이날 방송은 성열이 정현세자(이현우 분)를 지키기 위해 귀(이수혁 분)와 맞서다가 명희를 잃고 뱀파이어가 된다는 이야기로 마무리됐다. 이 과정에서 성열의 안타까운 운명이 명희와의 사랑이 비극으로 끝나는 것으로 함축돼 표현됐다.
뱀파이어가 된 성열을 지키기 위해 자결을 택한 명희와 복수를 위해 사랑하는 명희의 피를 먹으며 목숨을 연명한 성열의 슬픈 사랑은 절절하게 그려졌다. 초반 아름다운 꽃길, 그리고 “은애한다”와 달달한 입맞춤으로 담긴 직설적인 사랑 표현으로 성열과 명희의 사랑이 설득력 있게 담겼다면, 1회 막판에는 죽음이 갈라놓은 두 사람의 안타까운 결별이 몰입도 있게 진행됐다.
두 사람의 비극적인 사랑이 ‘밤을 걷는 선비’가 담고자 하는 진짜 이야기의 시작. 성열이 명희를 잃고 120년 동안 귀를 없앨 비책을 찾기 위해 노력했고, 이제 새로운 인연인 책괘 조양선(이유비 분)과 조선을 구하기 위해 발걸음을 떼면서 새로운 사랑을 하는 게 ‘밤을 걷는 선비’의 주된 이야기다.
성열의 극한 아픔은 영웅 성열을 탄생시키기 위한 이야기적인 발판인 것. 그럼에도 성열과 명희의 시리도록 아름다운 사랑을 연기한 이준기와 김소은의 달달하고 안타까운 사랑은 이 조합을 한 회 밖에 보지 못한다는 사실에 아쉬움을 더하고 있다. 절절한 감정 연기를 풍부하게 표현한 이준기와 김소은의 열연이 곁들어졌기 때문.
영화 ‘왕의 남자’를 시작으로 ‘일지매’, ‘아랑사또전’, ‘조선총잡이’까지 사극에서 강점을 보였던 이준기는 이번 드라마에서도 빼어난 연기력으로 판타지 멜로 드라마의 어색한 요소를 채웠다. 김소은과의 ‘꿀케미’를 이끌며 첫 방송부터 몰입도 강한 연기를 보여줬다.
김소은은 이 드라마에서 1인 2역을 맡아, 귀의 사람인 최혜령으로 변신 성열과 다시 인연을 맺을 예정. 그는 드라마의 포문을 여는 성열과 명희의 사랑을 가슴 먹먹하게 연기하며 순항을 책임졌다. 막판 그의 눈물 연기는 향후 혜령으로서 성열과 만나서 벌이는 갈등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요소였다.
한편 ‘밤을 걷는 선비’는 다소 이색적인 소재를 감싸는 선과 악의 팽팽한 구도라는 쉬운 이야기, 다소 튈 수 있는 볼거리를 자연스럽게 만든 세련된 연출, 다소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설득력 있게 담은 배우들의 열연이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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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걷는 선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