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새 수목드라마 '밤을 걷는 선비'(극본 장현주, 연출 이성준·이하 밤선비)가 지난 8일 오후 첫 방송된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우려를 표했던 부분이 말끔하게 해결된 모양새다.
방송 전부터 또 다시 뱀파이어를 소재로 했다는 진부함과 과거의 명성과 달리 점점 하락하는 MBC 사극에 대한 실망감, 원작 웹툰 속 캐릭터를 능가하는 배우 캐스팅이 완벽하게 이뤄질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 세 가지 모두 명쾌하게 해결됐다. 첫 방송에서 7.7%(전국 기준·닐슨코리아 제공)의 낮지 않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비교적 순조롭게 출발했다.
■진부한 뱀파이어는 없었다
사실 외부에서 '밤선비'를 바라보는 시선은 기대보다 걱정이 앞섰었다. 지난 4월 종영한 KBS 2TV 드라마 '블러드'와 현재 방송 중인 금요드라마 '오렌지 마말레이드'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기 때문. 올해만 해도 벌써 세 번째 등장한 뱀파이어라서 다소 지루할 것 같다는 분석이 나왔다. 앞서 2012년 미지의 행성에서 날아온 꽃미남 뱀파이어의 지구생활 적응기를 그린 '뱀파이어 아이돌'도 있었다.
모두 뱀파이어와 인간이 함께 사는 세상을 배경으로 한 판타지 멜로극. 그러나 '밤선비'는 우려를 기대로 탈바꿈시켰다. 마치 할머니가 손주에게 재미있는 옛날 이야기를 해주는 듯 귓가를 자극하며 집중하게 만들더니, 방송 내내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긴박감 넘치는 전개로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첫 회의 쫄깃함을 놓치지 않는다면 점점 더 많은 시청자들을 포섭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극의 명가 자존심 회복
MBC드라마는 그간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시도를 거듭하며 사극 명가의 자존심을 지켜왔다. 한류열풍을 일으킨 '대장금'부터 퓨전 사극 '다모', 역대급 인기를 자랑했던 '주몽', 예능인들이 출연했던 '이산', 최고의 자리에 오른 무수리를 그린 '동이' 등 열 손가락으로 다 꼽을 수 없을 만큼 명작이 많았다.
이처럼 시청률 보증수표로 불리웠지만 최근 '화정' '야경꾼일지' 등이 기대보다 낮은 관심을 받게 되면서 자존심에 상처가 났다. 이로 인해 '밤선비'에도 적잖은 타격을 입을 듯했으나 빠른 전개와 어색하지 않은 세련된 CG로 영상미 사로잡았다. '해를 품은 달'과 '기황후'를 공동 연출한 이성준 PD가 연출을, '커피프린스 1호점'을 집필한 장현주 작가가 극본을 맡으면서 안방극장에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렸다고 볼 수 있다.
■원작을 뛰어넘는 캐스팅
최고의 제작진과 배우들이 만나니 시너지 효과를 냈다. '밤선비'에서 뱀파이어를 연기하는 이준기와 이수혁은 간담이 서늘할 정도의 매서운 눈빛, 늙지 않을 듯한 새하얀 핏기 없는 피부로 기존에 존재하던 뱀파이어들의 활약을 무색케 할만큼 신들린 연기를 보여줬다.
마치 뱀파이어를 위해 탄생한 배우 같았다. 제작진이 왜 그렇게 침이 마르도록 자랑을 했는지 단박에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 사람의 피를 먹어야 살 수 있는 성열의 뱀파이어적 면모와 사랑하는 여인 명희를 보낼 수 없는 인간적인 면에서 나오는 멜로가 관전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로맨스에 정평 난 장현주 작가가 사극 속 멜로는 어떻게 풀어갈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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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제공 및 '밤선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