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위너와 래퍼, 송민호의 이중성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5.07.09 16: 33

송민호에게 어쩌면  Mnet '쇼미더머니4'는 신의 한 수가 될 듯 하다. 아직 방송 2회가 지났을 뿐이기에 성급하게 판단하긴 이르지만 송민호는 벌써부터 최강 우승 후보란 말이 나오고 있다.
이는 비단 '쇼미더머니4'의 참가자인 래퍼 블랙넛의 "어차피 우승은 송민호"란 랩 가사 때문만은 아니다.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나 그룹 위너의 딱지를 떼고 진짜 자신을 보여주기 위해 삭발까지 하고 나왔단 말을 무심하게 들었던 사람이라도 1차 예선을 거쳐 2차 무대에 선 그를 봤을 땐 작은 감탄이 새어나왔을 법 하다.
힘 있는 중저음 목소리와 랩핑 속 자연스러운 제스처에서 풍겨나는 카리스마, 긴장과 이완을 조절하는 여유, 날카롭고도 재치있고 통쾌한 가사는 심사위원들, 참가자들, 그리고 시청자들을 압도할 만 했다. 

"어차피 우승은 송민호"란 가사 안에 분명 어느 정도 비아냥을 담았던 블랙넛도 엄지 손가락을 치켜올렸다. 이후 시청자들이 선정한 가장 보고 싶은 1:1배틀 매치업으로 송민호와 블랙넛이 1위를 차지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랩핑 실력을 판가름하는데 여러 기준들이 있다 하더라도, 현재까지 나온 래퍼들 중 송민호가 1,2위를 다투는 것은 분명해보인다.
그는 무대 위에서 메이저-언더를 가리는 래퍼들에게 통쾌한 한 방을 날렸다. "다들 나를 견제하네 먹힐까봐. 걱정마 나는 육식은 안 해. 여기서도 언더 오버 가리는 놈들 심사위원 반 이상이 메이저 래퍼다 이XX야"라는 등의 가사로 힙합 뮤지션으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내며 자신을 경계하는 이들에게 일침을 가했다. 
송민호는 아이돌 래퍼다. 그는 그룹 위너에서 랩을 담당한다. 시작부터 아이돌 래퍼는 아니었지만 지금 그가 아이돌 래퍼인 것은 분명하다. '쇼미더머니' 이번 시즌은 유난히 아이돌 지원자가 많아 '쇼미더아이돌'이란 말까지 들었던 바다. 그리고 송민호는 이 중심에 있다.
그렇기에 송민호는 '쇼미더머니4'에서 어찌보면 아이돌 래퍼의 상징과도 같다. 그의 랩 한 소절, 무대 하나가 아이돌 래퍼의 전반적인 이미지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이다. 지난 해 YG엔터테인먼트 연습생이던 바비(아이콘)가 우승을 차지하며 대중에게 아이돌 래퍼에 대한 인식을 어느 정도 바꿔놨다면, 송민호는 본격적으로 언더 메이저 래퍼의 구분을 없앨만한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미있는 것은 송민호가 언더 생활을 거친 아이돌이란 점이다. 언더시절 미노란 이름으로 수많은 믹스테입을 내고, 그룹 블락비 데뷔를 준비하다가 개인 사정으로 불발된 후 비오엠이란 발라드 그룹에 몸담아 활동하기도 했다. 많은 오디션에서 고배를 마셔도 보고, 수년간 뼈저린 시간 후 YG 연습생으로 들어갔는데 거기서도 '윈'이라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안에서 A팀과 B팀으로 나뉘어 경쟁을 한 후 데뷔했다.
프로그램 당시 송민호는 "이곳을 위해 3,4년을 목매. 고지에 다다라 목 늘어난 티셔츠 차림에도 승리의 칼을 뽑고서 bottom's up. 한쪽 손을 위로. 높이 뜬 구름을 미리 휘저어. 내 시력보다 뚜렷한 비전. 머릿속에 가득 찬 수백명의 비명"이라는 랩으로 적지 않은 시간 속에 여러 고난을 거쳤지만 목표를 위해 나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미 위너의 첫 정규 1집 '위너 2014 S/S'에서 그의 솔로곡 '걔 세'를 통해 중요한 건 오버, 언더의 구분이 아니라 실력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YG 부엌에서 요리하는 랩. 배고픈 MC들은 요기나 해. 이 곡이 맘에 들면 쳐먹어. but I'm raw, 싹 다 뒤집어." 'raw'를 뒤집으면 '전쟁(war)'이다.
언더와 대중문화로서의 힙합을 오가며 많지 않은 나이게 굴곡진 경험을 한 아이돌 래퍼. 이런 송민호의 이중적 정체성이 오버-언더를 나누는 래퍼에게 꽂는 독설에 힘을 실어준다. 쉽게 송민호를 '깔' 수 없는 이유다. 그리고 만약 프로그램 중간에 탈락한다 하더라도 송민호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는 송민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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