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해전' 김동희 "실존인물 연기, 겁나고 부담..처음엔 거절"[인터뷰]
OSEN 김경주 기자
발행 2015.07.10 07: 07

상대는 공룡이었고 도사였다. 상대적으로 약할 것이라 평가됐던 '연평해전'은 정작 뚜껑을 열고 보니 가히 폭발적이었다. 영화적 재미가 됐든, 애국심이 됐든, '연평해전'이 흥행면에서 성공했다는 것은 사실이다.
'연평해전'의 성공은 무엇보다 배우들에게 즐거움으로 다가갈터. '내가 출연한 영화가 잘돼서 기쁘다', 단순히 이 마음이 아니다. 배우 김동희가 그랬다. 극 중 권기형 역을 맡은 김동희는 배우로서의 기쁨이 아닌, 그분들을 기억해주신다는 점에서 기쁘다고 했다. 그리고 감사하단다.
그러면서도 영화를 보고 난 이후, 실존인물인 권기형 씨를 보기가 미안해졌다고 했다. 더 많은 걸 보여줬어야 하는데 자신이 너무 못해서, 권기형이라는 인물을 잘 표현해내지 못한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컸다고 했다. 배우로서의 욕심보다 영화 자체의 의미를 먼저 생각했기에 가능했던 감정이었다.

"영화가 흥행해서 정말 감사해요. 그분들을 잊지 않고 다시금 기억해주시려고 오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은데 그런 점에서 감사드리죠. 영화가 조금씩 잘되면서 뿌듯했어요. 배우 김동희의 뿌듯함보다는 그분들을 알아주신다는 게 제일 뿌듯했습니다. 사실 저는 유가족 시사회 때 영화를 봤어요. 관객 입장에서 보려고 노력했는데 유가족분들과 실존 인물들이 계시니까 '이 분들이 어떻게 보실까', 신경이 그쪽으로 가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그분들과 보니까 뭔가 감동도 배가 되고요. 영화가 끝나고 실존 인물인 권기형 형을 만났는데 제가 죄송하다고 했어요. 더 많이 보여줬어야 했는데 내가 못해서 죄송하다고. 저는 표현을 잘 못했다고 생각하거든요."
 
실존 인물에게 폐를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김동희는 처음엔 '연평해전'을 거절했었단다. 자신은 권기형이라는 사람을 연기하기엔 부족하다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김학순 감독의 믿음 속에 김동희는 '연평해전'에 합류, 그는 김학순 감독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고 했다.
"처음에는 안 한다고 했었어요. 부담이 됐었고 시나리오 안에서는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사람이라 준비도 안 됐죠. 그리고 권기형이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거든요.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고 생각하고 거의 영웅 대접을 받는 형인데 그런 좋은 역할을 나보다 더 좋은 배우가 하는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겁도 났고 저는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감독님이 꼭 해달라고 연락을 하신거에요. 감독님 믿고 시작한 것 같아요. 정말 감사하죠. 저를 놓지 않아주셔서. 제가 대단한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님에도 나를 놓지 않아주신거에 대한 감사함이 정말 커요."
실제 사건,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만큼 부담감도 컸고 사명감도 컸다. 그래서 '연평해전'은 쉬운 작업이 아니었다. 특히나 실존 인물을 연기하기 위해 필수과정인 '취재'가 가장 고통스러웠다. 어찌보면 실존 인물에겐 그 이야기를 다시 떠올린다는 것이 큰 상처일터. 그러나 김동희를 위해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는 권기형 씨에게 감사를 표한 그는 "그래서 더 사명감을 가지고 연기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권기형 형하고 통화를 많이 했어요. 초반에는 조언과 참고보다는 그 사람의 성향을 파악하려고 사적인 이야기를 많이 했죠. 중반이 지나가고 전쟁 장면을 찍을 때 조심스럽게 그 때의 심정과 어떤 행동을 하셨으며 쓰러져 가는 병사들을 보면서 어떤 행동을 취하셨는지 디테일한걸 하나하나 조금씩 캐나가기 시작했어요. 아픈 상처를 아낌없이 이야기해주셨죠. 많은 걸 알려주시더라고요. 엄청난 트라우마일텐데 나한테 꺼내면 안 될 이야기도 해주시면서 도움을 주셨어요. 꼭 자기를 잘 표현해달라고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큰 사명감을 가지고 연기를 했습니다."
취재를 해야 했을 만큼, '연평해전'에서 전쟁 장면은 가장 중요하다. 극의 절정 부분이고 감정적으로 보는 이들을 동요케 하는 장면이기 때문. 당시를 떠올리던 김동희는 "심리적으로 날카로워지더라고요"라며 힘들었던 그때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쉽지만은 않았을 장면, 김동희는 진심을 다해 연기했고 그 후유증은 꽤 있었다.
"기계적으로도 표현했을 수 있는데 실제 인물의 마음을 제일 생각하고 표현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마음으로 하려고 노력했죠. 손이 날아갔을때 마음이 어땠을지 그 상태를 디테일하게 표현하려고 공을 들였어요. 그 장면을 촬영하는데만 14시간이 걸렸더라고요. 그만큼 공을 들였죠. 심리적으로도 날카로워지더라고요. 예민해지고. 그날 촬영하고 술을 진탕 먹고 잔 것 같아요. 최선을 다해서 힘을 쏟아서 촬영했습니다."
힘들고 아팠던 '연평해전'이지만 그만큼 보람도, 뿌듯함도 커질 것이다. 그리고 배우로서도, '연평해전'은 김동희에게 성장의 계기를 마련해주는 하나의 작품으로 남게 될 것이 분명하다. 데뷔한지 그리 오래 되지 않았지만 작품을 할수록 이름 석자와 얼굴을 각인시켜 나가는 김동희는 "2년 안에는 제 스스로 '나 배우야'라고 말할 수 있는 날을 만들겁니다"라는 다부진 각오를 내비쳤다.
 
"제가 그동안 성장하면서도 동시에 부족함도 보이더라고요. 빨리 부족함을 채우려고 노력해야죠.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한번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아요. 저는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저는 제 입으로 '나 배우예요'라고 말을 못해요. 연기하는 사람이라고 하죠. 배우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부족함이 많기 때문이죠. 정말 제대로 된 배우 수식어 달고 연기 잘하는 배우라는 말을 내년이나 내후년 안에 꼭 듣고 싶어요."
trio88@osen.co.kr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