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사냥’이 100회를 맞았다. 이제 한 달 뒤엔 방송 2주년이 된다. JTBC 예능프로그램 중에서 장수프로그램이라고 할 정도다. 하지만 ‘마녀사냥’은 여타 토크쇼와 같이 침체의 시기를 겪고 있다.
최근 지상파 토크쇼도 시청률 5%만 넘겨도 다행이라는 반응이 나올 만큼 대부분 토크쇼가 위기다. ‘마녀사냥’도 이런 분위기를 피하지는 못했다. ‘마녀사냥’ 신드롬을 일으키며 시청률 3%를 가볍게 넘겼지만 요즘엔 1%대 초반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3일 방송은 1.29%(닐슨코리아, 전국유료방송가구 기준)를 기록, 최저시청률을 나타냈다.
위기인 건 확실하다. 이전보다 시청자들의 불만이 많아졌고 ‘마녀사냥’이 시도한 개편에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거나 비판한다. 하지만 이는 ‘마녀사냥’ 제작진도 알고 있다.
정효민 PD와 ‘마녀사냥’을 기획했지만 지난해 말 일반인 커플들이 출연한 ‘비밀연애’로 잠깐 외도(?)를 했다가 최근 다시 ‘마녀사냥’으로 돌아온 김민지 PD는 지금의 ‘마녀사냥’의 상황에 대해 아쉽고 안타까운 반응을 보였다.
“‘마녀사냥’이 예전만 못하다는 건 다 알고 있어요. 예전만큼 ‘핫’할 수 없죠. ‘마녀사냥’이 처음에는 새롭고 센세이셔널한 느낌이 있었지만 계속 그럴 수는 없어요. 하지만 재미도가 크게 떨어진 건 잘 모르겠어요.”
‘마녀사냥’으로 돌아온 건 얼마 안된 김민지 PD는 거의 2년 가까이 프로그램을 이끌어 준 정효민 PD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정효민 PD가 ‘마녀사냥’을 잘 유지해줬어요. 방송 1년까지는 ‘옛날만 못하다’는 얘기가 그렇게 많지 않았고 지금처럼 악플도 없었는데 정효민 PD가 힘들었던 시기를 지금까지 잘 버텨줬어요. 아슬아슬하게 매주 가고 있고 자칫하면 욕먹기도 쉽고 문제가 될 수도 있는 부분이 있지만 큰 사건 없이 잘 해온 것 같아요.”
‘마녀사냥’은 지난 6일 100회 특집 녹화를 진행했다. 이날 녹화는 ‘마녀사냥’ 쓴소리장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시청자들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받아 MC(신동엽, 성시경, 허지웅, 유세윤)들과 지난 4월 하차한 패널(곽정은, 한혜진, 홍석천)들이 함께 얘기를 나눴다. 시청자들의 따끔한 충고와 비판의 소리를 거르지 않고 다루며 자기반성의 시간을 가졌다.
“MC들도 프로그램에 대한 고민이 많고 애정이 많다는 걸 느꼈어요. 지금의 상황이 MC들 책임이 아닌데 MC들이 문제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더라고요. ‘마녀사냥’의 현주소에 대해 얘기했어요. 시청자들의 반응은 제작진도 인지하고 우리가 알고 있다는 걸 시청자들에게 알려주려고 그런 시간을 마련했어요. 100회 특집 녹화에서 솔직한 얘기들이 오갔어요. 하차한 패널들도 하차 후에 ‘마녀사냥’을 보고 느낀 점을 솔직하게 얘기했고 시청자들의 주된 악플에 대해서도 얘기했어요. ‘MC들 올드해졌다’, ‘주작 아니냐’, ‘지겹다’, ‘익숙해졌다’ 등 이런 저런 얘기를 했어요.”
‘마녀사냥’ 제작진은 시청자들로부터 SNS와 UCC 동영상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칭찬’이든 ‘비판’이든 프로그램에 대한 의견을 받았다. 지난달 공개된 영상에서 ‘마녀사냥’ MC들이 읽은 시청자들의 의견은 그야말로 적나라했다. “‘마녀사냥’ 아직도 하냐”라는 반응부터 “노잼사냥”, “뭘 다 아는 거를 자기들끼리 알려준다고 난리야”, “쓰레기 같은 프로그램” 등 심하다 싶을 정도의 시청자 반응을 그대로 읽었다.
“시청자들이 MC들의 의견이 정답이 아니라고 하는데 MC들의 개인적인 의견이기 때문에 ‘맞네’, ‘틀리네’라고 굳이 얘기할 필요가 없어요. 시청자들은 네 명의 의견이 궁금해서 사연을 보낸 거고 그걸 토대로 여러 가지 의견을 들어보는 거죠. MC들이 문제를 해결해주는 사람이 아니에요. ‘마녀사냥’이 술자리 토크의 느낌으로 시작했고 재미있는 오빠, 형들의 얘기를 들어볼 수 있는 자리예요.”
‘마녀사냥’으로 돌아온 김민지 PD는 다시 시청자들의 의견을 읽기 시작했다. 홈페이지 시청자게시판을 읽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마녀사냥’, MC들은 기본이고 출연 게스트들 관련 얘기까지 모두 살펴보고 있다.
“시청자 게시판과 기사 댓글을 읽고 커뮤니티도 다 들어가서 봐요. ‘마녀사냥’ 페이스북과 JTBC 페이스북 댓글도 다 봐요. ‘마녀사냥’ 여론이 궁금하기도 하고 사람들이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 살펴보죠. 시청자들이 의견이 많이 올리는 건 좋은 것 같아요. 싫은 이유를 말해주면 개선의 여지를 생각해볼 수 있는 것 같아요.”
‘마녀사냥’이 신드롬이었을 때가 있었고 시청자들에게 악플을 받는 상황을 겪고 있지만 100회까지 왔다. “100회를 할 거라고 예상 못 했어요. 솔직히 말하면 20회 정도 했을 때 목적을 달성했어요. 종편 개국 후 초반에 30~40들이 보는 떼토크, 자극적인 주제를 다루는 프로그램들이 한창 유행이었어요. 당시 젊은 층을 타겟으로 한 프로그램 중에 잘된 게 없어요. 저희는 자극적인데 젊게 가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그러다 지금까지 미혼의 성(性)을 다룬 프로그램이 없는데 야한 게 아니라 밝고 명랑하게 거부감 없는 프로그램을 세련되게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최근 젊은이들의 리얼한 문화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미혼의 성 얘기를 음지에서 양지로 꺼내고 싶었는데 어느 정도 목적은 달성이 됐어요.
‘마녀사냥’이 재미없다는 반응을 보이는 시청자들이 있는 반면에 여전히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이는 시청자들이 있다. 또한 연애 고민 사연이 줄지 않고 계속해서 오고 있고 있다. 무엇보다 네티즌들이 악플을 쓰는 것도 ‘마녀사냥’을 보고 있다는 증거다. 하지만 시청자들이 ‘마녀사냥’의 변화를 계속해서 요구하는 만큼 그들의 의견을 무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제 유지를 해야 되는 건지, 아니면 다음 목적을 위해 어떤 걸 해야 하는 건지 고민하고 있어요. 다른 금기를 깨야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하나의 목적은 가지고 가야할 것 같아요. 100회 녹화에서 프로그램의 존재 이유에 대해 얘기했어요. 한때 ‘마녀사냥’과 같은 프로그램들이 붐처럼 생겼다가 없어졌지만 ‘마녀사냥’은 남았기 때문에 존재의 이유가 있는데 존재의 이유가 있으면 이대로 가는 거고 다른 욕구가 있으면 여기에 뭔가 추가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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