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뱀파이어 캐릭터가 하나도 아닌 둘씩이나 나타났다. 시리도록 아름다우면서도 어딘가 슬퍼 보이는 매력의 이준기와 치명적인 섹시함을 가진 이수혁이 그 대상이다.
이준기와 이수혁은 지난 9일 첫 방송된 MBC 새 수목드라마 '밤을 걷는 선비'(이하 '밤선비')에서 각각 음석골에 사는 신비로운 뱀파이어 선비 김성열, 악 그 자체인 뱀파이어 귀로 분해 팽팽한 대립을 펼치고 있다.
먼저 이준기는 사극 전문 배우라는 수식어에 걸맞은 연기를 펼치며 첫 회부터 호평을 이끌어내고 있는 상황. 하지만 같은 사극임에도 이번 캐릭터는 이전의 작품들과 사뭇 느낌이 다르다. KBS 2TV ‘조선총잡이’, MBC ‘아랑사또전’ 등에서는 진지하면서도 때로는 장난스러운 성격이었다면, ‘밤선비’ 속 이준기는 웃음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냉혈한 그 자체다.
이준기가 연기하는 김성열은 하나뿐인 정인이었던 명희(김소은 분)의 목을 물어뜯게 만든 귀에 대한 복수심으로 가득 차 그 외의 것들에는 무심한 인물이다. 명희가 죽기 전인 1회에서는 달달한 로맨스를 선보이며 밝고 자상한 면모를 여과 없이 드러냈지만, 그를 잃고 난 후에는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정도로 차갑게 변한 것. 이에 이준기는 핏기 하나 없는 얼굴과 날카로운 눈빛으로 김성열로 빙의한 듯한 모습으로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반면 이수혁은 비주얼부터 이미 완성된 뱀파이어다. 동굴 같은 목소리와 분장 없이도 창백한 피부는 그냥 잘 어울리는 정도가 아닌, 실제 뱀파이어로 오해할 만큼의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귀는 왕 위에 군림할 정도로 강력한 힘과 빠져들 수밖에 없는 마력을 이용해 자신을 방해하는 모든 것을 죽이고 불태운다.
특히 10일 방송된 2회에서는 성열의 정체를 밝히기 위한 미끼로 데려온 어린 여자 아이에게 "참으로 어여쁘구나. 내 평생 이 모습 이대로 살게 해줄까. 내 그리 해줄 수 있는데"라며 목을 물어뜯는 귀의 모습이 공개되며 그의 잔인한 성정을 엿볼 수 있었다. 이 때 이수혁은 여유로운 듯 나른한 몸짓과 달리 칼을 품은 듯 서슬이 시퍼런 미소로 치명적인 매력을 더하며 눈길을 끌었다.
이러한 그의 모습에 시청자들 또한 “어디서 진짜 뱀파이어를 데리고 온 것 아니냐”며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는 상황. 사실 그는 지난 2011년 방송된 MBN 시트콤 '뱀파이어 아이돌'에서 이미 뱀파이어 연기를 선보인 바 있다. 하지만 시트콤이라는 장르에 걸맞게 코믹하고 엉뚱한 모습이 돋보였던 그때와는 달리 ‘밤선비’에서는 피도 눈물도 없는 뱀파이어로 변신해 전혀 다른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이준기와 이수혁은 우열을 가릴 수 없는 각자의 매력을 가진 뱀파이어로 변신해 여심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2회 방송 말미에서는 복수를 위해 120년간 정체를 숨겨왔던 성열이 양선(이유비 분)을 구하기 위해 모습을 드러내며 귀와의 정면 대립을 예고해 더욱 흥미를 높였다. 극의 긴장감이 고조된 가운데, 앞으로 이준기와 이수혁가 보여줄 활약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한편 '밤선비'는 인간의 본성을 잃지 않은 뱀파이어 선비 김성열이 절대 악에게 맞설 비책이 담긴 '정현세자 비망록'을 찾으며 얽힌 남장책쾌 조양선과 펼치는 목숨 담보 러브스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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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걷는 선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