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석은 실력있는 셰프다. 다만 그의 직업을 모른 채 방송이나 CF를 통해 그를 처음 접한 사람이 있다면, 아마도 셰프라는 직업을 쉬이 떠올리지 못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무려 190cm라는 큰 키와 매력적인 얼굴이 자칫 그를 모델이나 배우쯤으로 착각하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다양한 '병맛 CF'에 연이어 모습을 드러낸 최현석 셰프 탓에 이 선택지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평소 허세가 잔뜩 묻어나는 특유의 캐릭터로 인해 '허셰프'로 웃음을 주는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던 그가, CF계로 넘어오며 'B급'과 '병맛'의 대명사가 됐다.
"왠지 CF 감독님들이 저를 만나러 오면 작정(?)을 하고 와요. 그간 응축해놨던 '병맛'을 저를 통해 실현시키려 하는 것 같아요. 딸도 처음엔 CF에 나오는 저를 좋아하더니, 이제는 자꾸 이상한 것만 찍으니 부끄러워 해요. 아마 'SNL코리아' 출연을 거절했더니, 벌 받은 것 같아요."
단순 기능적 측면이나 감성 코드를 자극하던 기존 DSLR 광고는 최현석 셰프를 만나자, 'SNL코리아'보다 더 웃긴 콩트로 재탄생했다. CF를 보는 내내 웃음이 끊기질 않는다. 유튜브를 통해 공개됐던 캐논 EOS 750D 광고 영상은 한달도 되지 않아 무려 180만뷰를 훌쩍 넘기며 홍보효과를 톡톡히 봤다.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는 '병맛' 내용과 그 와중에 사뭇 진지한 최현석의 표정 덕분이다.
"분명 감독님이 멋지게 찍어주시겠다고 했어요. '끝까지 멋있는 척만 하라'는 게 유일한 주문이었죠. 해당 콘티를 봤는데, 곰이 나오고, 독버섯이 나오고…웃길 것 같아서 하자고 했어요. 곰을 만나서 죽는 모습을 막상 보는 기분이 이상했지만요.(웃음) 평소 개그욕심이 많은 편이에요. 주방에선 엄하지만, 브레이크 타임때는 농담을 자주 해요."
주방에서 허세 소금 뿌리기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이를 셀카로 담아내거나, 공원에 딸과 함께 데려간 애완견이 저 멀리 도주하는 사건, 또한 숲 속에서 야생곰을 만나 허세를 부리다 영면에 들어간다는 설정이나 독버섯을 먹다 죽는 스토리는 최현석을 만나 생명력을 얻게 됐다. 촬영을 진행하는 과정은 더 웃겻다.
"감독님들이 작가주의 정신이 투철하세요. 개가 도망간 장면에서는 '영혼이 빨린 듯한 표정'을, 주방에서 셀카 찍는 신은 '영혼이 털린 표정' 등을 요구하셨죠. 다른 CF를 찍을 땐 후시녹음도 했는데 '오줌 마려워 죽겠는데, 쌀 것 같은 목소리'를 원했던 분도 계세요."
이런 최현석 셰프의 모습에 그의 팬들은 격하게 기뻐하는 분위기라, 최셰프 역시 기분이 좋다고 했다. 실제로 그가 시종 진지한 모습만 보이는 것보다 다소 허술한 일상의 모습이 등장할 때 팬들의 반응이 더 열광적이다. 그는 자신의 팬들을 '덕후팬'이라 지칭했다.
"이런 병맛을 팬들이 좋아해요. 얼마 전엔 무술하는 멋있는 장면을 올렸는데, 팬들은 우울해하며 회색 양말을 지적했어요. 그러더니 양말을 벗긴 짤(짤림방지 줄임말, 사진)을 올리더라고요. 뒤태가 나오면, 또 아쉬워하며 '하이힐을 신겼어야 하는데'라며 그런 짤을 완성해요. 그런 사람들이 '병맛 CF'를 봤으니 얼마나 기뻤겠어요. '강철의 연금술사'에 나오는 '연성'(물질을 변화시키는 연금술을 발동하는 행위) 아시죠? 그 소스를 제공한 거죠. 광고 영상이 릴리즈가 된 순간 'ㅋㅋㅋㅋㅋ'가 100개 넘게 도배 됐어요."
물론 그가 예능 프로그램에 나오고, 이런 '병맛' CF를 거부감없이 받아들인 것은 단순 인지도를 위한 홍보나 경제적인 사정 때문은 결코 아니다. 지난해 한 덕후팬의 가슴 찡한 사연을 접하고 난 후, 그의 마인드도 변화했다.
"덕후팬 중에 몸이 굉장히 안 좋았던 분이 계세요. 자살을 생각할 정도였죠. 근데 '냉장고를 부탁해'에 나오는 저를 보고 너무 웃어서인지, 요리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치유가 됐어요. 그 분이 손수 쓴 편지를 두고 갔는데, 너무 고마웠어요. 그때부터 '기왕 할 거라면 기쁘게 하자'는 생각을 갖게 됐어요. 그 사람들의 행복해지는 계기가 됐다니 기뻐요."
최현석 셰프 역시도 덕후 기질이 짙다. 이미 방송을 통해 그의 남다른 피규어 수집에 대한 이야기가 공개됐던 바. 인터뷰 중 '피규어' 얘기가 나오자 들뜬 분위기가 연출됐다. 특히 '별나라 손오공'에 대한 자부심은 남달랐다. 30년전 가내수공업을 통해 탄생한 손오공의 눈을 휴대폰에서 일일이 보여주며 흥분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연예계 대표 '피규어 마니아' 심형탁의 얘기를 꺼냈다가, 괜히 혼이 났다.
"심형탁 씨는 제 컬렉션에 비하면…. 심형탁 씨는 편한 길을 가는 덕후에요. 진정한 덕후들은 경매로 나오는 물건을 사거든요. 시중에서는 구매할 수 없는 물건들요. 경매는 전 세계 사람들이 모이는 곳인데, 요즘 중국 사람들이 너무 치고 들어와요. 이런 피규어를 놓치는 건 국가적 손실이에요. 정부 차원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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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캐논 광고영상 캡처(가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