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손님’에 출연한 이준이 지난 6일 밤 VIP 시사 후 열린 뒤풀이에서 선배 연기자들로부터 한결같은 격려를 받았다. 함께 동고동락한 류승룡 이성민은 물론 조연으로 참여한 많은 배우들에게 “수고 했다, 최고였다”는 칭찬을 들은 것이다.
이준이 이렇게 선배들에게 과분한 덕담을 들은 건 자칫 그가 풀죽을 것을 우려한 선배들의 넉넉한 마음과 배려 때문이었다. 사연은 이렇다.
이준은 ‘손님’에서 독재자처럼 마을을 통치하는 촌장(이성민)의 아들 남수로 출연했다. 아버지에 이어 마을의 차기 지도자가 될 욕심에 아버지의 명령이라면 뭐든 따르는 절대 복종 캐릭터였다.
마을 사람들과 아버지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골머리를 썩고 있는 쥐떼를 없애려고 동분서주하지만 역부족인 상황. 그런데 불청객처럼 아들을 데리고 나타난 떠돌이 악사 우룡이 피리 부는 재주로 쥐떼를 한 방에 소탕하자 그를 경계하게 된다. 아버지로부터의 질타도 두렵고 점차 우룡에게 호감을 갖는 주민들을 지켜보는 것 또한 속상한 상황. 지금껏 한 고생이 물거품이 될 위기를 맞은 것이다.
문제는 류승룡 이성민 다음으로 주요 배역이었던 이준의 분량이 상당 부분 편집돼 남수라는 캐릭터가 애초 기대한 만큼 표현되지 않았다는데 있다.
‘손님’의 한 제작진은 7일 “원래 시나리오에는 이준이 이성민의 양아들로 묘사될 뿐 아니라 아버지에 대한 묘한 이중적인 감정도 갖고 있는 매력적인 캐릭터로 그려졌다”라며 “편집 과정에서 촬영해둔 많은 장면이 날아갔는데 특히 이준의 분량이 유독 많았다”고 말했다. 드라마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류승룡 이성민의 분량을 지키려다보니 이준의 플롯과 인물 관계, 정서 표현 등을 대거 축소했다는 설명이다.
이런 과정을 과거 조단역 시절 수없이 겪었던 류승룡 이성민은 이준의 배우로서의 상실감을 누구보다 공감했고 혹시라도 기죽고 마음 상했을지 모를 이준을 찾아가 어깨를 두드려줬다는 전언이다.
현장에서 주어진 대본대로 감독의 디렉션을 열심히 따르며 최선을 다했을 이준으로선 편집이라는 복병을 만나 제대로 평가받을 기회를 잡지 못한 셈이 됐다.
‘손님’의 한 관계자는 “이준이 주위 격려와 위로에 오히려 ‘괜찮다. 아무 상관없다’며 오히려 씩씩하게 대응해 더 짠하다”고 귀띔했다. “나보다 영화가 잘 되는 게 먼저”라며 애써 환하게 미소 짓는 이준의 바람대로 9일 개봉하는 ‘손님’이 흥행 청신호를 켤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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