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잃은 여진구는 자신과 다른 뱀파이어 설현을 배척했지만, 자신도 모르게 그에게로 향하는 시선을 막을 수 없었다. 환영 속 등장하는 설현의 모습에 혼란스러워하는 여진구는 불가항력적인 첫사랑의 묘미를 살리며 극의 개연성을 책임졌다.
지난 10일 방송된 KBS 2TV 금요드라마 ‘오렌지 마말레이드’에서는 학교에 돌아온 마리(설현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마리는 뱀파이어라는 사실 때문에 왕따 당할 것을 알면서도 신분을 드러낸 상황. 마리는 자신의 비밀을 알고 충격 받은 재민(여진구 분)이 기억을 잃은 사실에 죄책감을 느꼈기 때문에 이 같은 선택을 했고, 그를 향한 사랑에 아파했다.
재민은 마리를 기억하지 못했다. 때문에 재민은 반 친구들과 함께 뱀파이어 마리를 밀어냈다. 마리는 자신을 두려워하고 미워하는 아이들을 이해했고, 홀로 지내면서 끊임없는 괴롭힘을 감내했다. 하지만 재민은 자신도 모르게 마리를 돕기 시작했다. 반 친구들이 마리에게 고춧가루 물을 쏟으려 하자 먼저 나서 마리에게 화를 내며 그를 함정에 빠지지 않게 한 것. 망가뜨린 마리의 가방을 새로 사 그에게 건네는 재민은 무뚝뚝했지만 마리를 충분히 기쁘게 했다.
또한 재민은 환영 속 300년 전 전생에서 마리의 모습을 발견하고 이유를 묻기 위해 그의 집을 찾았다가, 마리의 흑기사를 자처한 시후(이종현 분)와 함께 있는 그를 봤다. 시후는 마리가 재민 때문에 왕따 당한다는 사실에 분노했고 재민을 보자 마리를 안으며 그에게 경고의 눈빛을 보냈다. 이들의 삼각 러브라인이 또 한 번 활활 타오른 장면이었다.
특히 여진구는 감추려 해도 감출 수 없는, 자신도 모르게 자라나는 첫사랑의 감정을 디테일한 연기로 그려내 극을 끌고 나가고 있다. 이 드라마는 뱀파이어라는 소재를 사회의 소외 계층에 대입해 의미를 잡은 대신, 시청자가 기대하는 뱀파이어물의 판타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어 아쉬움을 남기는데, 나이답지 않은 풍성한 감정 연기를 선보이는 여진구는 섬세한 멜로 라인을 책임지며 고등학생의 풋풋한 감성을 안방극장에 전달하고 있다.
여진구는 마리 앞에서 쑥스럽고 혼란스러운 마음을 다양한 눈빛으로 표현하면서 재민 스스로도 이해하기 힘든 울렁이는 첫사랑의 감정을 안방극장에 선사하고 있다. 왠지 끌리지만, 선뜻 다가가기 힘들어 일부러 더 툴툴대는 여진구의 모습은 그 나이대 학생들의 순진함을 보여주면서, 그가 마리의 곁에서 사회의 편견을 딛고 아름다운 첫사랑을 완성해나갈 수 있을지 관심을 모았다.
‘오렌지 마말레이드’는 뱀파이어와 인간이 함께 공존하는 세상을 배경으로 한 감성 판타지 로맨스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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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 마말레이드’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