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청춘의 전유물이 아니다. ‘썸’ 역시 마찬가지다. 오랜 세월을 돌아 뒤늦게 찾아온 ‘썸’은 더욱 설레는 법. 개그맨 김국진과 가수 강수지가 중년의 ‘썸’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 10일 오후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불타는 청춘’ 16회에서는 충북 영동 오지마을로 떠난 여행기가 펼쳐졌다. 이날 김완선의 부추김에 김국진과 강수지는 단둘이 데이트에 나섰다. 두 사람의 인연은 오래됐지만, 둘만의 시간은 다소 어색한 듯 했다. 하지만 솔직하고 진심 어린 대화들이 오갔고, 서로에 대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대화는 주로 강수지가 이끌었다. 그는 김국진에게 하고픈 말들을 쏟아냈다. 오랫동안 자신을 “꼬마 취급”하는 김국진에 대한 서운함이 주된 내용이었다. 강수지는 “조금 불편해 해야 하는 것 아니냐” “나이가 들어도 아이라고 표현한다” “‘하렴’이란 말은 쓰지 않으면 좋겠다” 등 속마음을 토해냈다. 김국진은 당황한 듯 웃기만 했다. 그러면서도 그런 강수지를 귀엽다는 듯 바라보며 “귀엽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썸’이란 표현이 최근 등장했을 뿐, 남녀 출연자의 핑크빛 분위기는 예능프로그램의 오랜 재미 요소다. 10여 년 전에는 SBS ‘X맨’의 김종국과 윤은혜가, KBS 2TV ‘산장미팅’의 이성진과 임성언이 있었다. 이를 가상 결혼으로 풀어낸 것이 MBC ‘우리 결혼했어요’이며, 최근에는 JTBC ‘5일간의 썸머’처럼 스타들의 실제 ‘썸’을 전면에 내세운 콘셉트의 프로그램도 등장했다.
요즘 너무 흔한 예능 속 ‘썸’이지만, 김국진과 강수지 커플은 조금 특별했다. 과거 연예계 정상에 올라 한 시대를 풍미했던 두 사람이다. 한 차례 이별의 아픔을 겪었다는 것 또한 닮아 있다. 이날 김국진은 강수지에게 “결혼에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고, 강수지는 “딸이 대학생 정도 됐을 때 생각해 보겠다”고 답했다. 담담한 대화였지만, 두 사람이기에 가능한 무게감이 있었다.
이날 강수지는 멤버들에게 7년 전 앓았던 공황장애를 털어놨다. 엘리베이터에 갇힌 이후 공황장애가 찾아왔다는 그는 “얼마 뒤 비행기에서 같은 증상을 느꼈다. 급한 마음에 낯선 사람에게 손을 잡아달라고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김국진은 묵묵히 경청했고, 강수지는 “그 이후 더욱 단단해졌다”고 덧붙였다. 화면은 그저 두 사람을 교차해 보여줄 뿐이었다.
사실 요란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썸’이다. ‘귀여운’ 돌발 발언의 강수지와 그런 그를 예뻐하는 김국진만 있다. 하지만 이면에는 오랜 세월 연예계 동료로 함께 해온 우정과 우여곡절 많았던 세월이 쌓아준 연륜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꾸 더 응원하게 되는 중년의 ‘썸’이란 사실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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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청춘’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