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껍질처럼 버려질 운명이었던 것들도 오렌지 알맹이와 함께 어우러지면 잼 ‘오렌지 마말레이드’ 맛의 풍미를 더할 때 꼭 필요한 것이 된다. 이는 ‘뱀파이어’가 인간과 다르다는 이유로 쓸모없다고 외면할 존재가 아닌 함께 어울려서 살아가자는 드라마 제목 ‘오렌지 마말레이드’에 담긴 뜻이기도 하다.
KBS 2TV 금요미니시리즈 ‘오렌지 마말레이드’가 ‘뱀파이어’로 대변되는 차별받는 소수자에 대한 차가운 시선의 현실을 그리며 메시지를 함께 전달하고 있다.
지난 10일 방송된 10회에서는 재민(여진구 분)을 구하기 위해 금기된 능력을 쓴 마리(설현 분)가 뱀파이어 통제국으로부터 조사를 받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후 마리는 형벌 사면 대상이 됐지만 인간과의 공존 프로젝트(뱀파이어 신분을 노출시키며 사는 것)에 자원해 의아함을 자아냈다. 뱀파이어라는 신분이 밝혀지면 강제 이주를 시키거나 새로운 신분을 발급하는 등 이방인 취급을 받았던 극 중 사회 분위기 속에서 여고생 마리의 이런 결정은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었을 터. 하지만 힘들지 않냐는 같은 종족 윤재(송종호 분)의 물음에 마리는 “뭔가 특별해지는 게 싫어요. 평범해지려고 시작한 일인데요”라고 말했다.
이렇게 힘든 결정이었음에도 불구, 사회 내 소수족인 뱀파이어 대한 사람들의 차별적 생각은 여전했기에, 뱀파이어 커밍아웃 이후 반 아이들에게 곤욕을 당하게 된 마리는 따가운 시선과 함께 곤경에 처하는 등 힘든 상황이 지속돼 안타까움은 배가 됐다. 하지만 그래도 이내 담담한 척 “피하지 말고 익숙해져야 한다”는 다짐으로 스스로를 위로했고, 무엇보다 시즌1에서 인간에게 신분이 노출되지 않으려고 일부러 친구를 사귀지 않고 말도 않았던 마리가 달라진 모습으로 현실의 벽을 넘으려는 노력이 보여져 눈길을 끌었다. 아픈 만큼 더 단단해져 돌아왔기에 앞으로 변화하게 될 마리의 성장은 주목해야 하는 대목이기도.
하지만 마리의 이런 아픔과 고통은 비단 마리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었으니. 마리의 부모인 승훈(안길강 분)과 선화(윤예희 분)는 딸(마리)이 힘들어하고 있으니 함께 신분을 공개하자는 의견과 뱀파이어인 걸 알면 제대로 사람들과 섞여 살며 돈을 벌기는 힘들어진다는 상반되는 현실적 고민 앞에 갈등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는 드라마 ‘오렌지 마말레이드’의 원작인 웹툰 ‘오렌지 마말레이드’의 석우 작가가 전달하고자 한 ‘차별’에 대한 메시지는 물론 우리 사회가 나와는 다른, 우리와는 다른 ‘소수자’를 바라보는 현실을 드라마에서도 적나라하게 반영했다는 평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제작진은 “‘뱀파이어’가 단순히 판타지적 환상을 위한 차별화된 장치가 아니라, 우리 사회 내 소수자들로 대입시켰을 때 비로소 이 드라마에 대한 이해나 몰입이 좀 더 쉽게 더 와닿을 것”이라고 ‘오렌지 마말레이드’ 속 깊은 의미가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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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 마말레이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