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나도 개그맨이 되고 싶다."
박준형은 타고난 개그맨인 듯하다. 아침에 눈을 뜨고 저녁에 잠이 들 때까지 하루 종일 사람들을 웃기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한다. 일상의 작은 소재도 허투루 넘기지 않고, 개그 소재로 사용하는 그다. 이런 노력이 있었기에 개그계 톱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게 아닐까
박준형은 11일 방송된 MBC '휴먼다큐-사람이 좋다'(이하 사람이 좋다)를 통해 오랜만에 브라운관에 모습을 드러냈다. 현재는 MBC 라디오에서 정경미와 DJ로 호흡중. 40~50위 낮았던 청취율을 6위로 끌어올린 장본인이다.
어느 새 두 딸의 아버지가 된 박준형은 여우 같은 아내 김지혜, 토끼 같은 아이들과 소소하지만 웃음이 끊이지 않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는 개그맨 후배 김지혜와 일상을 담은 내용으로 개그를 짜며 캐릭터를 연구했다. 한 방송에서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며 아내의 사치를 개그화해 웃음을 안긴 바 있다. 박준형은 "개그맨이 이렇게라도 웃겨야한다"며 개그 욕심을 드러냈다.
이어 "첫째 딸 주니는 제 성격을 닮았고, 둘째 딸 혜이는 엄마의 성격을 닮았다"며 "하지만 갈수록 외모는 둘 다 점점 더 저를 닮아간다"고 말하며 씁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지난 1997년 KBS 13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그는 "개그맨으로 뽑히고 나서 주로 리포터 활동을 했다"며 "한 번 나가면 17~18만원을 받았다. 그래서 개그맨 되고 리포터 일을 정말 많이 했었다. 덕분에 집안 살림이 좋아졌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개그에 대한 갈증이 깊어졌다. 박준형은 "그런데 1999년도에 '개그콘서트'가 빵 떴다. 너무 부러웠다. 근데 당시에는 제 실력이 안 됐었다"며 출연의 기회를 얻기 위해 꾸준히 준비했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후배 정종철과 매일 연습하며 코너를 짜보기도 했다"고 당시의 노력을 전했다.
그는 '갈갈이 삼형제' '우비 삼남매' '마빡이' '패션 7080' 등 다양한 코너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2001년 '개콘'의 간판 스타로 떠올랐다. 2003년 KBS 연예대상에서 영예이 대상을 수상했다. 그는 "정말 운이 좋았다.(웃음)무를 만나 갈 수 있었던 건 큰 행운이었다"고 겸손함을 드러냈다.
그러나 2007년 돌연 '개그콘서트'에서 하차했다. 이에 대해 "조금 더 준비를 많이 했어야 하는 부분이고 사실을 반성을 많이 했다"면서 "개그가 규모가 조금 더 커지려면 다른 프로그램이 떴었어야 한다. 그런데 준비 없이 나왔다. 그런 것에 대한 책임이 조금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후회를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후배들은 여전히 그를 높게 평가했다. 박휘순은 "당시 개그계에서 톱이었던 선배가 저의 재능을 인정해준다는 것은 제가 개그를 좀 더 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이국주도 "연습생 시절 등을 두드려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웠다"고 박준형에게 고마움을 드러냈다.
이날 박준형은 자신의 이름으로 세운 갈갈이홀 10주년을 기념해 김시덕 정종철과 공연 포스터 촬영을 진행했다. 그는 "이 업계에서 살아 남으려면 벗기라도 해야 한다"면서 상의를 탈의한 채 사진 촬영을 진행하다 "정말 더럽다. 방송에 나가기 어려울 것 같다"고 민망하게 웃었다.
제2의 전성기를 꿈꾸는 박준형, 안방극장을 다시 쥐락펴락할 박준형의 개그를 기대해 본다.
한편 '사람이 좋다'는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들의 인생 스토리, 유명인들의 비결과 숨겨진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교양 프로그램. 매주 토요일 오전 8시 55분 방송된다.
purplish@osen.co.kr
'사람이 좋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