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연평해전'(김학순 감독, 김무열 진국 이현우 주연)이 400만 고지를 넘어서 영화계 안팎을 놀라게 하고 있다. 어떤 힘이 이 영화를 2015년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7월 11일 기준)으로 만들었을까.
11일 영화진흥위원회 입장권 통합전산망 오전 7시 배급사 집계 기준에 따르면 '연평해전'은 누적관객수 405만7,302명을 기록했다. 개봉 18일 만의 기록으로, 2015년 한국 영화 누적 관객수 1위를 차지한 것에 이어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중 최초로 400만 관객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투자배급사 NEW 측은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1위에 등극하며 폭발적인 호평으로 2015년 한국 영화 최단기간 최고 스코어를 달성한 것은 물론 개봉 3주차에도 연일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며 "특히, 개봉 3주차를 맞이했음에도 불구하고, 쟁쟁한 신작들의 개봉 공세 속에서도 굳건하게 흥행 질주를 이어가며 신드롬에 가까운 흥행 돌풍을 입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일 개봉 이후 줄곧 1위를 지키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를 제치고 1위를 탈환했던 바다.
'연평해전'의 흥행은 그 지난했던 기획 과정을 상기하면 분명 놀랄만한 구석이 있다. 투자배급사가 바뀌고 제작이 중단돼 수개월을 보내다가 프로젝트가 재개됐던 것. NEW가 새롭게 투자하기로 결정되며 기존 촬영분을 버리고, 배우들을 새롭게 꾸려 다시 시작했던 바다. 대국민 크라우드 펀딩으로 부족한 제작비를 충당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 영화가 엎어질 거란 예상이 많았지만 위기를 넘고 세상에 나왔다.
'연평해전'의 흥행 포인트는 무엇보다도 그 소재와 내용이다. 그 힘이 워낙 강력해 작품성 거론 자체가 불필요해보일 정도다. '연평해전'은 지난 2002년 6월, 실제로 발생했던 제2연평해전을 다룬 작품으로 당시 희생됐던 대원들의 전우애와 그들의 가족 이야기를 다뤘다. 실화 소재의 뜨거운 영화. 메가폰을 잡은 김학순 감독은 이 영화에 대해 "정치적인 해석-의도를 가지고 접근하지 않았다. 최대한 객관적으로 접근하려고 했다"고 밝혔지만 판단은 관객의 몫이다. 그리고 연평해전이라는 역사적 사실 자체가 정치적 배경을 안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사실 영화는 네티즌 사이에서 논쟁을 불러일으킬만한 소지를 지니고 있었다. 극 중 희생된 대원의 유가족이 물끄러미 TV를 바라보는 장면에서 대통령의 월드컵 관람차 일본 방문 뉴스가 흘러나가는 것이 그 대목. 시나리오에서는 없던 장면으로 알려진 이 장면을 김학순 감독이 일부러 넣은 것과 같은 장면이 이념 논쟁으로 확대되기도 했다. 그렇게 영화는 예비 관객들에게 호기심을 키웠다. 비슷한 사례의 흥행 영화는 지난 해 12월 개봉해 1000만 돌파를 이룬 '국제시장'이다.
정치권의 관심도 영화의 화제몰이에 한 역할을 담당했다. 개봉 이전부터 해전으로 숨진 장병의 유가족과 생존 대원 등 2만여명이 참석한 시사회가 열렸고 국방부, 합참 등에서 시사회가 이어졌다. 더불어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연평해전' 관람 소감을 게시했다. 이 뿐 아니라 실제로 정치인들이 앞다퉈 이 영화를 언급했고, 국회에서 시사를 갖기도 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이 영화를 '이용'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컸다.
지난 달 25일은 6.25전쟁 65주년이었고, 29일은 연평해전 13주기였다. 이런 6월 호국보훈의 달에 맞춰 개봉한 '연평해전'의 타이밍도 좋았다. 계속되는 외화의 득세로 볼 만한 한국영화에 대한 목마름이 있을 때쯤 이 영화가 등장했다. 하지만 그 소재의 강렬함 때문에 감독과 배우가 잘 안 보이는 영화란 아쉬운 반응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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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해전'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