훤칠한 키에 작은 얼굴. 쌍꺼풀은 없지만 웃으면 반달처럼 변하는 선량한 눈매가 무척이나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결혼 1년차 기혼남이라지만 배우 정겨운의 훈훈한 매력을 거부할 여성들이 있을까 싶다. 하지만 입만 열면 그 햇살 같은 따뜻한 이미지가 홀라당 사라진다. 그래도 그 '병맛' 매력마저 사랑스럽다.
정겨운은 지난 10일 방송된 MBC 예능 '세바퀴'에 절친한 배우 이시언과 출연했다. 그는 알려지지 않았던 사적인 이야기들을 털어놓으며 시작부터 웃음을 터뜨렸다. 서로의 비밀을 폭로하고 티격태격하는 모습으로 시선을 사로잡은 것.
정겨운은 이시언을 향해 "이 친구는 박쥐 같은 아이다. 처음에는 서인국을(가수 출신 배우라는 이유로)좋게 보지 않다가 드라마가 잘 되고 난 후 엄청 나게 데리고 다녔다"고 말해 그를 당황케 했다. 서인국과 이시언은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에서 고교 동창으로 호흡을 맞춰 높은 인기를 누렸었다. 이시언이 당시 신원호 PD에게 가수들을 캐스팅하지 말라고 했다가 되레 억울하면 가수를 하라는 핀잔 아닌 핀잔(?)까지 들었다고.
이 뿐만이 아니라 프로그램이 끝나기 직전까지 두 사람은 상극 커플다운 모습을 이어갔다. 정겨운이 "술자리에서 정말 안 맞는다. 남자끼리 있으면 (이시언이)기분이 좋지 않다"고 하자, "클럽에 왜 가냐? 분 냄새 맡으러 가는 거 아니냐"고 이시언으로부터 강력한 디스를 받았다. 이어 그는 "(정겨운이)해야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구분하지 못 한다"고 지적했다.
정겨운은 결혼 전 이시언의 위로와 충고를 지금의 아내에게 털어놔 서로 얼굴을 붉힌 적도 있었다는 것. 정겨운은 이를 곧바로 인정하며 부끄러운 미소를 지었다. 엉뚱한 말과 행동을 보여주긴 했으나 가식이 없는 순수한 남자였다. 마지막에는 훈훈한 풍경을 연출했다. 그는 "오늘 심하게 말했지만 이시언은 정말 좋은 친구다. 앞으로 좋은 여자를 만나 결혼했으면 좋겠다"며 친구의 앞길을 응원했다.
일명 '성냥 병사' 정겨운은 남다른 승부욕도 드러냈다. 앞서 줄리엔강이 '세바퀴'에 출연해 복근을 공개한 것을 놓고, "그 친구가 복근이 있냐"며 시샘을 하더니 상의를 걷어올려 시원하게 명품 복근을 공개했다. 정겨운과 줄리엔강은 '진짜 사나이'의 에이스 병사로, 그 어렵다는 SSU(해군 해난구조대) 훈련도 모두 소화했을 만큼 단단한 체력을 소유했다.
그는 또 스스로를 디스하기도 했다. 지난 2012년 12월 열린 'SBS 가요대전'에서 수지 아이유와 공동 MC로 발탁됐지만 부담감으로 대사를 까먹고 말 할 타이밍을 놓치는 등 잦은 실수를 해 혹평을 받았던 사건을 언급, "작가들의 추천으로 했는데 말하다가 음이탈이 자주 났다"고 부끄러워했다. 신동엽의 제안에 이날 씨스타와 함께 음악 프로그램 MC로 나서 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한결 같이 어색하고 서툴러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연기 선배 김응수의 말에 따르면 정겨운은 차분함과 뚝심이 매력적인 배우다. 예능에서는 음이탈을 내며 웃음을 안기지만, 드라마에서는 자신만의 캐릭터 분석력과 개성 있는 연기로 현장 분위기를 이끌고있다. 그의 이름 뒤에는 명확하게 결론이 난 '느낌표'가 아닌 자꾸만 더 궁금한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자신에게 남아 있는 숨겨진 매력을 더 보여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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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바퀴'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