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를 울려’의 하희라가 독기가 흘러넘치는 미친 악역 연기로 시청자들의 속을 부글부글 끓게 하고 있다. 하희라가 이렇게 악역이 잘 어울렸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명불허전의 연기력으로 맛깔나게 악역을 소화하며 ‘여자를 울려’에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하희라는 그간 착한 여자의 상징이었다. 드라마 속에서 선한 눈빛과 차분한 말투의 하희라는 착한 여자 캐릭터의 표본이었다. 하지만 MBC 주말드라마 ‘여자를 울려’(극본 하청옥, 연출 김근홍 박상훈)에서는 전혀 다르다. 하희라의 모습은 그동안 드라마에서 봐왔던 것과 같다. 그러나 눈빛이 다르다.
이렇게 얄미울 수가 없다. 조근 조근 말하면서 상대를 지능적으로 자극하는 기술이 혀를 내두를 정도다.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한 마디 하고 싶을 만큼 얄밉다. ‘여자를 울려’의 욕받이로서 최고의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11일 25회분에서도 하희라는 시청자들의 속을 박박 긁었다. 남편을 잃은 데다 아픈 아들 때문에 독해졌다고는 하지만 사람을 괴롭히는 수준이 상당하다. 천사 같은 얼굴로 악독한 말들을 쏟아내니 더 반전이다. 하희라는 이날 방송 초반부터 주변 사람들을 자극했다.
덕인(김정은 분)과 진우(송창의 분)의 상견례가 엉망이 된 가운데 진우는 어머니를 찾아가 “우리 온 식구가 덕인 씨한테 무릎 꿇고 사과해야 하는 사람들이다”라고 말했다. 이를 들은 은수(하희라 분)는 강진명(오대규 분)의 경고에도 곧장 덕인을 찾아가 이를 전했고 마침 들어온 진우에게 진실을 추궁했다. 식구들이 덕인에게 사과해야 하는 이유를 물은 것. 진우는 예상하지 못한 발언에 당황스러워 했지만 반격에 나섰다. 하지만 은수는 진우의 반격에도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은수는 말릴 수 없는 폭주 기관차 같았다. 어떻게 해서든 덕인과 진우의 결혼을 막으려고 하는 은수는 강태환(이순재 분)학교 앞에서 일어난 덕인의 아들이 죽은 교통사고에 대해 물었다. 결국 은수는 강태환에게 경고를 받았다. 경고를 받았어도 은수는 멈추지 않았다. 손을 잡은 홍란(이태란 분)에게 자신이 혼자 움직이겠다고 했다. 조용히 교통사고의 비밀을 찾으려고 한 것. 그러다 교통사고 현장에서 덕인을 만났지만 은수는 당당했다. 은수는 “지나가던 길이었다”며 덕인을 삼류형사라고 비웃으며 자리를 떠났다.
은수의 폭주에 진명은 은수를 말렸지만 은수는 전혀 물러서지 않고 오히려 진명을 더 당황스럽게 했다. 진명은 “아버지하고도 싸우려고 하는 거냐”고 말하자 은수는 “어차피 난 모든 걸 걸었다”고 눈 하나 꿈쩍 하지 않고 말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을 소름 끼치게 했다.
갈수록 본색이 드러나는 은수. 점점 더 악독해지는 은수가 앞으로 얼마나 더 주변 사람들을 엉망으로 만들며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고 할지 관심이 쏠리는 것과 동시에 놀라운 악역 연기로 놀라움을 선사하는 하희라가 얼마나 더 독한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놀라게 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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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여자를 울려’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