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안정환 ‘청춘FC’, 멀리서 보면 예능, 가까이 보면 다큐
OSEN 권지영 기자
발행 2015.07.12 07: 07

“걱정하는 것보다 재밌을 것이다”라는 최재형PD의 말은 사실이었다. 그가 인위적인 웃음을 배제하고, 살아가는 모습 그대로를 보여줄 것이라 말했을 때, KBS 2TV 새 예능프로그램 ‘청춘FC 헝그리일레븐’은 예능적인 재미에 대한 우려를 자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진정성 넘치는 상황 속에서 재미와 감동을 모두 잡아내며 호평을 끌어냈다.
지난 11일, ‘청춘FC 헝그리일레븐’의 거대한 오디션이 시작됐다. 어려운 가정형편과 부상 등으로 축구를 포기해야 했던 축구 미생들에게 주어진 두 번째 기회. 이미 실패를 경험했던 도전자들의 주눅 든 표정에서 알 수 있듯 이미 ‘루저’로 낙인찍힌 이들의 도전은 그 자체로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하지만 테스트 공개 모집이 시작되자마자 밀려든 2천여 명의 지원서는 의지와 상관없이 도태된 이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을 방증해 안타까움을 안기며, 여전히 가슴 한구석에 열정을 간직한 도전자들의 인생을 건 오디션의 묵직한 출발을 알렸다. 
안정환, 이을용, 이운재, 최진철 등 축구 국가대표 출신 심사위원들은 실패를 경험한 도전자들에게 다시 한 번 빛나는 순간을 만들어주기 위한 테스트를 진지하게 진행했다. 이들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도전자들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았고 이들에게서 가능성을 발견해나갔다. 도전자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 자체가 이 프로그램의 정체성인 만큼, 테스트 과정은 가벼운 웃음보다는 진지한 분위기를 유지했다.

‘청춘FC’는 피어 보지 못하고 꺾인 도전자들의 아픔을 담백하게 담아냈고, 소중한 도전의 기회를 얻은 이들의 눈물이 감동을 안겼다.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들도 여럿 눈에 띄었지만, 이력과 실력은 별개였다. ‘청춘FC’는 기회란 준비된 자만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을 또 한 번 알려주면서, 포기하기에는 아직 뜨거운 청춘들의 절실한 노력을 조명했다.
이처럼 ‘청춘FC’가 보여준 도전자 개개인의 사연과 이들의 땀과 눈물, 열정은 다큐에 더 가까웠다. 축구밖에 모르고 달렸던 이들이 현실의 벽에 부딪혀 주저앉은 모습에서는 웃음기가 끼어들 틈이 없었다. “이들이 기회를 못 잡은 건 본인의 잘못이다. 그렇지만 남들보다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우리가 기회를 주는 거다. 즐거움보다는 도전자들의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던 안정환 말처럼, 이들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청춘FC’의 무게감은 가벼운 웃음으로 휘발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예능프로그램인 ‘청춘FC’가 웃음을 놓친 건 아니었다. ‘청춘FC’의 감독직을 수락하겠다고 마음먹은 안정환은 그 순간부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며 전화 한 통으로 쟁쟁한 인물들의 섭외를 뚝딱 해냈는데, 스스로 무척 뿌듯해 하는 모습이 웃음을 안겼다. 또 ‘영웅’으로 불리던 안정환 이을용 최진철 이운재 등의 실생활 유부남 토크 등은 너무나 진솔해 웃음을 자아냈다. 또 테스트를 받는 도전자들을 보면서 안타까움에, 아쉬움에 내뱉는 이들의 꾸밈없는 말투는 친근하고 정겨운 매력으로 시선을 끌었다.
이제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는 ‘청춘FC’의 테스트에 참가한 도전자들의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와 가슴 찡한 사연으로 감동을 안기고, 안정환 이을용 등 독특한 캐릭터의 감독이 보여주는 투박하고 진솔한 행동이 소소한 웃음을 전하며 음악적인 요소를 활용해 프로그램을 빈틈없이 채운 ‘청춘FC’는 다양한 매력으로 시청자를 끌어당기는 의미 있는 예능프로그램의 출발을 알렸다. 도전자들의 성장과 함께 안정환과 이을용이 진정한 지도자로 거듭나는 모습을 기대하게 했다.
‘청춘FC 헝그리일레븐’은 축구를 포기할 위기에 놓여 있음에도 그 열정은 누구보다 뜨거운 유망주들의 도전을 통해 진짜 ‘축구 인생’ 스토리를 담아내고 재기의 기회와 발판을 마련하는 프로그램이다.
jykwon@osen.co.kr
‘청춘FC’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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