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애국영화 '연평해전'이 흥행 가도를 고속 순항중이다. '터미네이터 5'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까지 물리치는 괴력을 발휘하고 있다. 개봉 3주차에 벌써 435만 관객을 돌파했다. 영화계가 깜짝 놀랄만한 흥행 스코어다. '연평해전'의 성공 비결은 도대체 무엇일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만에 따르면 '연평해전'(김학순 감독, 김무열 진국 이현우 주연)은 11일 하루 동안 36만2053명 관객을 동원하며 누적 435만1712명을 기록했다. 박스오피스 1위의 성적이다. 9일 개봉한 픽사의 애니메이션 대작 '인사이드 아웃'조차 '연평해전'의 기세에 당하지 못했다. 27만9134명으로 누적 18만3573명 2위에 랭크됐다. 지난 2일 막을 올린 '터미네이터5'는 3위로 밀려났다. 27만1347명으로 누적 237만9508명.
이로써 '연평해전'은 개봉 18일 만에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가운데 최초로 400만 관객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투자배급사 NEW 측은 "'연평해전'은 지난 6월24일 개봉하자마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고 호평이 이어졌다. 올해 한국영화 중 최단 기간에 최고 스코어를 달성한데 이어 개봉 3주차에도 연일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며 자축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연평해전'은 시간이 흐를수록 관객 동원력이 더 세지는 흥행 영화의 전형적인 패턴을 따라가고 있다. 쟁쟁한 신작들의 개봉 공세 속에서 박스오피스 2위로 잠시 떨어졌다가 금세 선두로 복귀하는 저력이 바로 그 바탕이다.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복귀와 이병헌의 등장으로 화제를 모았던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를 제치고 다시 1위를 탈환했던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연평해전'의 흥행은 그 지난했던 기획 과정을 상기하면 분명 놀랄만한 구석이 있다. 투자배급사가 바뀌고 제작이 중단돼 수개월을 보내다가 프로젝트가 재개됐던 것. NEW가 새롭게 투자하기로 결정되며 기존 촬영분을 버리고, 배우들을 새롭게 꾸려 다시 시작했던 바다. 대국민 크라우드 펀딩으로 부족한 제작비를 충당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 영화가 엎어질 거란 예상이 많았지만 위기를 넘고 세상에 나왔다.
'연평해전'의 흥행 포인트는 무엇보다도 그 소재와 내용이다. 그 힘이 워낙 강력해 작품성 거론 자체가 불필요해보일 정도다. '연평해전'은 지난 2002년 6월, 실제로 발생했던 제2연평해전을 다룬 작품으로 당시 희생됐던 대원들의 전우애와 그들의 가족 이야기를 다뤘다. 실화 소재의 뜨거운 영화. 메가폰을 잡은 김학순 감독은 이 영화에 대해 "정치적인 해석-의도를 가지고 접근하지 않았다. 최대한 객관적으로 접근하려고 했다"고 밝혔지만 판단은 관객의 몫이다. 그리고 연평해전이라는 역사적 사실 자체가 정치적 배경을 안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사실 영화는 네티즌 사이에서 논쟁을 불러일으킬만한 소지를 지니고 있었다. 극 중 희생된 대원의 유가족이 물끄러미 TV를 바라보는 장면에서 대통령의 월드컵 관람차 일본 방문 뉴스가 흘러나가는 것이 그 대목. 시나리오에서는 없던 장면으로 알려진 이 장면을 김학순 감독이 일부러 넣은 것과 같은 장면이 이념 논쟁으로 확대되기도 했다. 그렇게 영화는 예비 관객들에게 호기심을 키웠다. 비슷한 사례의 흥행 영화는 지난 해 12월 개봉해 1000만 돌파를 이룬 '국제시장'이다.
정치권의 관심도 영화의 화제몰이에 한 역할을 담당했다. 개봉 이전부터 해전으로 숨진 장병의 유가족과 생존 대원 등 2만여명이 참석한 시사회가 열렸고 국방부, 합참 등에서 시사회가 이어졌다. 더불어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연평해전' 관람 소감을 게시했다. 이 뿐 아니라 실제로 정치인들이 앞다퉈 이 영화를 언급했고, 국회에서 시사를 갖기도 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이 영화를 '이용'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컸다.
지난 달 25일은 6.25전쟁 65주년이었고, 29일은 연평해전 13주기였다. 이런 6월 호국보훈의 달에 맞춰 개봉한 '연평해전'의 타이밍도 좋았다. 계속되는 외화의 득세로 볼 만한 한국영화에 대한 목마름이 있을 때쯤 이 영화가 등장했다. 하지만 그 소재의 강렬함 때문에 감독과 배우가 잘 안 보이는 영화란 아쉬운 반응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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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해전'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