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그룹 레인보우 멤버 정윤혜(25)가 연기자로 변신했다. MBC 일일드라마 ‘위대한 조강지처’에서 귀여운 한공주를 연기하며, 무대 위 화려한 가수의 모습을 잠시 내려놨다.
“무대가 아닌 새로운 것을 할 수 있어서 즐겁고 설레죠. 무대는 7명이 함께 하는데 연기는 혼자 해야 하니까 무거운 짐이긴 해요. 무섭고 긴장되지만 재밌어요. 출연이 결정되고 첫 촬영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있었어요. 어떻게 연기를 해야 하나 부담감이 많았죠. 걱정이 많이 되니까 대본을 계속 봤어요.”
정윤혜는 요즘 어떻게 하면 연기를 잘할지 고민이 많다. 그가 연기하는 한공주는 통통 튀는 인물인데 어떻게 하면 사랑스럽게 표현할 수 있을지 선배들에게 조언도 많이 구하고 있다.
“집에서 드라마를 보면서 많이 고민해요. 가수로 데뷔한지 7년차인데 연기는 아직 사회 초년생이니까요. 어렵고 힘든데 그래도 재밌어요. 뭔가 문제인지 봐야 하니까 꼭 모니터를 하죠. 한 번에 고쳐지진 않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캐릭터대로 공주처럼 보일지 많이 고민하고 있어요. 공주가 어린데 쓰는 단어는 어른스러운 게 있거든요. 할머니와 함께 살아서 그런 영향을 받은 게 있어요. 그런 공주의 단어 사용이 너무 예쁜 척 하는 게 아니라서 더 정감이 가는 것 같아요.”
현장은 정윤혜에게 배움터다. 선배들과의 대화를 통해 연기에 대한 진중한 고민도 하고, 앞으로의 길에 대해 고심하는 시간이 되고 있다.
“선배님들과 선생님들이 정말 많이 도와주세요. 연기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도 많이 해주시고요. 이종원 선배님은 ‘맏이’ 때부터 정말 많이 알려주세요. 김지영 선배님은 정말 연습을 많이 하시거든요. 옆에서 보면서 많이 깨닫게 되죠. 워낙 대선배님들이 열심히 하시니까 전 더 열심히 하려고 해요. 선배님들 뿐만 아니라 선생님들과 함께 있다 보면 가족 같아요. 저희 현장이 정말 좋은 분위기거든요. 저 복 받았나봐요.(웃음)”
정윤혜는 극중에서 신예 최원명과 사랑 관계를 형성할 예정. 아직까지는 정윤혜가 쫓아다니고 있지만 조만간 역전될 전망이다.
“제가 열심히 쫓아다니는데, 곧 거꾸로 될 거예요.(웃음) 제가 너무 쫓아다니니까 나중에는 뻥 찰 수 있지 않을까요?(웃음) 저희 이야기도 재밌지만 선배님들이 연기하시는 중년의 사랑도 재밌어요. 앞으로 더 재밌어질 거예요.”
정윤혜는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성격이다.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에 앞만 보고 달려가고 있다.
“최근에 일 욕심이 많아졌어요. 저는 레인보우 멤버들 중 알려지지 않은 멤버잖아요. 대중의 시선을 받는 편이 아니죠. 발전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요. 그래서 슬럼프도 있었고요. 멤버들이 정말 용기를 많이 줬어요. 멤버들 덕에 다시 밝게 됐죠. 많이들 신인상 욕심이 나지 않느냐고 여쭤보는데 받으면 좋겠지만 그게 목표는 아니에요. 정말 열심히 연기를 하는 게 목표예요. 제가 아이돌 가수인데 혹시 연기를 하는 것을 불편하게 보지 않을까 걱정이 되죠. 처음엔 아이돌이라는 선입견이 속상했는데 이젠 그렇지 않아요. 더 열심히 하고 있어요.”
레인보우는 2009년 데뷔했다. 핑클, 카라 등 인기 여성그룹의 산실인 DSP미디어가 내놓은 신예로 첫 발을 디뎠을 때 많은 이들은 레인보우의 큰 성공을 예상했다. 허나 오랜 활동에도 큰 활약을 보인 것은 아니었다.
“얼마 전에 새 앨범을 발매했었는데 반응이 뜨뜨미지근했어요. 고민이 되죠. 이제 7년차인데...저 내년에 27살이에요. 이제는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죠. 제가 레인보우 멤버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연기를 통해 저도 알리고, 레인보우라는 그룹도 알릴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제가 나중에 무대에 섰을 때 ‘아 드라마에 나왔던 정윤혜가 레인보우였어?’라는 말을 들으면 좋을 것 같아요.”
많은 성장통을 겪은 덕분일까. 레인보우는 그 어떤 그룹보다 서로 사이가 좋다. 정윤혜는 MBC 주말드라마 ‘여왕의 꽃’에 함께 출연하는 고우리와 연기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눈다.
“언니와 연기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해요. 서로 많이 물어보죠. 언니를 포함해서 제게는 6명이라는 든든한 사랑이 있어요. 힘들 때 서로 이야기를 많이 하죠. 채팅방을 잠깐 안 보면 몇 백 개의 글이 쌓여 있어요.(웃음) 제게 레인보우는 안식처예요. 가족이 걱정할까봐 못하는 이야기도 있잖아요. 그런 이야기도 멤버들에게 할 수 있어요. 제가 단체 채팅방에 대본 연습 같이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을 하면, 6명 중 누군가는 꼭 와요. 서로 시기하거나 질투하거나 이런 것 없죠. 늘 지지하고 응원하는 사이에요. 다른 멤버들이 제가 연기를 잘하면 레인보우도 잘되는 것이라고 말을 해줘요. 저 역시 다른 멤버들이 다른 분야에서 잘하면 레인보우도 잘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정윤혜는 인터뷰 내내 쾌활했다. 언제나 레인보우 멤버들과 함께 인터뷰를 했는데, ‘위대한 조강지처’에 출연하며 홀로 기자 앞에서 이야기를 하게 됐다. 그래도 조리 있게, 그리고 재밌게 대화를 주도했다.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성격이었다.
“저 평소에 옷을 입을 때도 편안하게 입어요. 집에 구두도 없죠. 구두를 잘 못 신거든요.(웃음) 화장도 안 해요. 화장을 못 하거든요.(웃음) 무대나 연기를 할 때 예쁘게 꾸며주시니깐 평소에는 좀 편안하게 다녀요. 하도 제가 편안하게 다니니까 멤버들이 화장을 해줘요. 저희 멤버들이 손재주가 좋잖아요. 재경 언니가 저 붙들고 화장을 시켜주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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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