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하지원이 ‘너를 사랑한 시간’에서 30대 여성의 고단한 일상과 삼각관계에 놓은 여자 주인공을 설득력 있게 그리고 있다. 어떻게 보면 답답할 수 있는 전개인데, 지난 상처를 아직 치유하지 못한 여자의 마음을 수긍 가능하게 연기하는 중이다.
그는 현재 SBS 주말드라마 ‘너를 사랑한 시간’에서 30대 중반의 오하나를 연기하고 있다. 하나는 자신을 17년간 바라본 남자 최원(이진욱 분)의 존재 빼고는 지극히 현실적인 인물이다.
남들이 봤을 때는 자신의 일을 막힘 없이 수행하는 ‘커리어우먼’이나 현실은 빛 좋은 개살구. 높은 굽의 구두를 신느라 발과 허리가 아프고, 업무적인 실수를 하면 눈물로 해결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닌지라 사과하기 바쁜 고단한 일상을 살고 있는 여성이다. 밤만 되면 하루 종일 쌓인 피로로 인해 파김치가 되는 현실적인 직장 여성인 것.
여기에 사랑도 쉽지 않다. 자신을 사랑할 리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연하의 남성에게 흔들렸다가 상처를 입기도 하고, 큰 상처를 안긴 첫 사랑의 등장에 도도하고 매몰차게 거절을 못한다. 흔히 말하는 ‘쿨하게’ 사랑하고 싶지만 언제나 비굴하고 조바심을 내며 나쁜 남자들이 던진 돌멩이에 거침없이 흔들리는 호수와 같다. 그래서 하나는 일과 사랑에서 당당하게 살고 싶지만 언제나 눈치 보기 바쁜 많은 직장 여성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다.
이 드라마는 17년간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줄타기를 한 남녀의 로맨스를 다루는데 하지원이 연기하는 하나에 대한 공감 지수가 높은 편이다. 물론 드라마의 전개상 갑자기 등장한 나쁜 남자 차서후(윤균상 분)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언제나 옆을 든든히 지키는 최원을 안타깝게 하는 대목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졸이게 한다. 허나 이 같은 일명 시청자들의 짜증을 유발하는 요소는 하나와 최원이 사랑을 확인하게 되기까지의 필수적인 과정.
하지원은 하나의 더딘 발걸음을 시청자들에게 설득시키는데 큰 무리가 없었다. 워낙 캐릭터 자체가 여성들의 마음을 세밀하게 담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배우의 연기가 뒷받침 됐기에 이 같은 당위성이 확보된 게 크다. 지난 11일 방송된 5회에서 과거의 사랑에 연연하게 되는 ‘쿨하지 못한 여자’ 하나의 고뇌는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샀다.
사실 하지원의 연기력에 대한 칭찬은 두 말 하면 잔소리. 그동안 ‘시크릿 가든’과 같은 로맨틱 코미디를 제외하고 주로 극의 중심을 잡는 묵직한 인물을 연기했던 하지원은 이 드라마를 통해 현실성이 가득한 인물로 깊은 울림을 선사하는 중이다. 그가 일이든 사랑이든 생채기를 입는 순간 쏟아내는 눈물에 시청자들이 울컥하는 것은 극중 인물의 행동을 이해시키는 연기를 하기 때문일 터다.
연기 뿐만 아니라 하지원은 ‘너를 사랑한 시간’에서 물오른 미모를 자랑하는 중. 그가 입고 나오는 옷과 액세서리에 대한 높은 관심도 이어지고 있다. 연기력에 대한 다시 한 번의 인정과 함께 소구력을 자극하는 스타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이 드라마는 젊은 시청자들 사이에서 재밌는 로맨스 드라마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주된 소비층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가운데 하지원은 드라마 속 열연과 인기에 힘입어 평소보다 많은 광고 업계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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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사랑한 시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