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진호가 침묵 중이다. 벌써 3회전이 진행됐지만, 이렇다할 활약상이 없다. 그럼에도 여전히 '발톱을 숨긴' 느낌을 내뿜어 주변을 긴장케 하는 것은, 그 동안의 홍진호를 알기 때문에다. tvN '더 지니어스: 그랜드 파이널'(이하 '더 지니어스4')의 이야기.
홍진호는 전 시즌을 통틀어 '더 지니어스4'에 최적화된 캐릭터로 손꼽혔던 플레이어다. 다수 연합에도 굴하지 않고, 고민 끝에 필승법을 조합해낸 과거 경력들이 이를 충분히 증명한다. 그가 '왕중왕전'으로 불리운 이번 시즌4에 합류하게 된 것은, 시즌1 우승자임을 차치하고서라도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런 홍진호가 지지부진하다. 시즌2 우승자 이상민, 시즌3 우승자인 장동민이 기세등등하게 연합을 주도하고 판을 쥐락펴락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구도다. 이에 비해 홍진호는 여전히 연합에 조용히 의지하거나, "도저히 모르겠다"고 '멘붕' 상태임을 보이는 정도로 '우승후보'와는 멀어지는 듯한 분위기다.
지난 11일 방송된 '더 지니어스4' 3회도 마찬가지였다. 오죽하면 이날 오프닝에서 장동민이 홍진호를 향해 "너 이민수속 밟아야 되는 것 아니냐?", "홍진호 젖었어, 이제 끝났어"라고 무시하듯 도발하거나, 임윤선조차 "방송이 늘어서 그런지 총기가 예전같지 않다"는 말로 홍진호에게 굴욕을 안겼을까.
'강력한 우승 후보'에서 '병풍'으로 전락한 홍진호가, 여전히 무서운 것만은 확실하다. 특히 지난 시즌2에서 우승후보로 지목되며 이상민을 비롯한 모두의 견제를 온몸으로 받아내 결국 탈락의 쓴맛을 맛봤던 과거를 돌이켜본다면, 지금의 상황이 어쩌면 홍진호 나름의 전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
홍진호의 주특기는 누가 뭐래도 연합전이 아닌 개인전이다. 다만 '더 지니어스'의 특성상 초반 라운드는 연합의 힘에 의존할 수 밖에 없기에, 중반까지는 살아남아야 개인전의 기회가 주어진다. 때문에, '살아남는다'는 전제하에 굳이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키면서까지 실력 발휘를 해야할 필요는 명확히 없다. 돋보이면 적이 생기고 견제가 동반된다. 게임을 잘해도 데스매치 지목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소리.
이 때문에 홍진호의 입장이라면 이후 생존 플레이어 수가 감소해 연합 자체가 무의미해질 때, 진짜 진검승부를 해도 된다는 소리다. 물론 이는 홍진호가 고도의 전략을 구사해, 오히려 몸을 움추리는 전략을 세웠다는 가정일 뿐이다.
홍진호는 3회에서 분명 '병풍'이었다. 그가 오프닝때 내 뱉은 "발톱이 남아있다면, 발톱을 드러내겠다"는 말은 실현되지 않았다. 어쩌면 이 말은, 지나치게 연합을 주도하고 우승후보로 손꼽히는 장동민을 향한 경고는 아니었을까. "시즌1 때도 이렇게 김구라 형님을 없애버렸다"는 그의 말과, 시즌1 김구라와 유독 겹쳐보이는 플레이를 펼치는 장동민의 향후 생존·탈락의 결과물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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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지니어스4'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