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예능프로그램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를 보다보면, 서로 상처를 안기며 싸우는 한 가족을 마주한다. 방송인 김구라와 평론가 허지웅의 말대로 누구 하나 잘잘못을 가릴 수는 없다. 가족에게 있어서 피해자와 가해자의 구분이 없으며, TV 안에서 치고박는 가족이 전혀 낯설지 않기 때문이다.
‘동상이몽’이 전파를 타기 시작한지 벌써 3개월이 됐다. 지난 4월 말 안방극장에 안착한 이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의 애달픈 일상을 담는다. 제작진이 웃음기를 가미한 편집이 있긴 해도, 기본적인 이야기는 소통의 부재에서 오는 가족간의 갈등이다. 부모가 말하는 자녀, 자녀가 말하는 부모의 이야기를 통해 간극을 좁혀보는 구성이다.
지난 11일 방송만 봐도 친구들의 놀림으로 인해 외모에 대한 집착이 심해진 성형 중독 고등학생과 그의 어머니가 출연했다. 처음 어머니의 시선으로 본 학생은 일상이 짜증이 가득하고 부모에게 막말을 서슴지 않는 ‘문제아’였다. 허나 반전이 펼쳐진다. 바로 학생의 시선에서 본 세상은 외모지상주의이며, 교사인 어머니는 그런 딸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 채 험하게 다그치기만 한다.
이 프로그램은 쉽사리 일명 ‘지적질’을 할 수가 없다. 출연하는 가족들의 이야기와 일상을 보다 보면 문제의 원인을 명료하게 파악할 수는 있다. 그렇다고 왜 이렇게 하지 못하냐고 몰아세울 수도 누구 하나 힐난할 수 없다.
가족 문제에 있어서 피해자와 가해자의 구분이 모호하다는 김구라의 말, 부모와 소통을 잘 해야 한다고 조언을 하면서도 오늘 자신 역시도 어머니와 다퉜다는 허지웅의 말이 이 프로그램이 추구하는 소통의 중요성과 실천의 어려움을 느끼게 한다. 우리의 이야기를 다루기 때문에 공감이 가득하고, 때론 웃음을 터뜨릴 수 있는 설득의 미학이 '동상이몽'에 짙게 깔려 있다. ‘동상이몽’을 관통하는 역지사지의 마음은 귀신 같은 흡인력의 배경이 된다.
물론 유재석, 김구라를 비롯한 함께 하는 연예인들은 냉철하게 잘못을 바로잡아주기도 하고, 잘못인지 알면서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부모와 자녀의 속앓이를 이해해 감싸기도 한다. 막혀 있는 가족간의 단절을 소통할 수 있게 계기를 마련해주는 일, ‘동상이몽’이 현재 주말 격전지에서 뚜벅뚜벅 걷고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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