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김영철이 ‘진짜 사나이’에서 무려 6명의 전우들에게 감사 편지를 받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평소 유쾌하고 따뜻함으로 무장한 리더십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어떻게 보면 실없는 농담일 수 있지만 고된 훈련에서 잠시나마 웃음꽃이 피는 김영철의 진가가 감사 나눔에서 여러 차례 그의 이름이 거론된 이유가 됐다.
지난 12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진짜 사나이’는 힘든 유격 훈련을 마친 후 저녁 점호 시간에 감사 나눔을 하는 멤버들의 모습이 공개됐다. 서로에게 고마운 마음을 편지로 담아 서로 읽는 시간이었다. 제작진이 재미 요소를 높이기 위해 ‘사랑의 스튜디오’ 짝대기 소개팅 형식을 띠긴 했지만 그 속에 담긴 진심은 따뜻했다. 그동안 험궂은 군생활을 하면서 쌓아온 전우애를 느끼는 뭉클한 순간이었다.
이날 가장 많이 거론된 인물은 김영철이었다. 예상된 결과였다. 줄리엔 강, 샘 오취리, 임원희, 돈스파이크 등 6명으로부터 감사 편지를 받았다. 멤버들마다 김영철을 꼽은 세부적인 이유는 달랐다. 그의 타인에 대한 인간애적인 시선에서 출발한 따뜻한 마음 씀씀이가 공통적인 이유였다. 잘 알려진 만큼 말도 많고 사람에 대한 호기심과 정이 많은 남자였다. 그가 극한의 고통 속에서도 힘들 때 함께 있어줬기에, 한국말이 서툰 외국인을 도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김영철은 이날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군 생활을 잘못 하진 않았다”라고 고마워했다. 그렇다고 마냥 진지하진 않았다. 평소 절친한 정겨운과 이규한이 자신을 선택하지 않은 것을 걸고 넘어지며 개그맨다운 재치를 발휘했다. 그는 “나를 찍을 줄 알았는데...”라고 뒤끝을 보여 웃음을 선사했다.
김영철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재발견 된 스타다. 그가 ‘진짜 사나이’의 새로운 시즌에 합류한다고 했을 때, 오랜 방송 활동 탓에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누가 했을까. 많은 개그맨들이 반전 매력으로 승부해야 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고전했다. 김영철 역시 제작진의 웃음 장치라고 여겨졌지만 그는 언제나 성실한 도전 자세로 재발견의 주인공이 됐다. 성실한 노력이 ‘진짜 사나이’를 통해 ‘대세 개그맨’의 자리에 오른 비결이었다.
체력 한계로 인해 열외를 할지언정, 웬만해서는 스스로 포기하지 않았다. 그래서 ‘진짜 사나이 시즌2’의 군체험의 진정성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 여기에 웃기려고 하지 않아도 몸에 배어 있는 웃음기가 ‘오버 DNA’라는 별명으로 시청자들에게 각인됐다. 17년간 방송활동을 하며 장착된 웃음 본능이 자연스럽게 꿈틀대며 안방극장에 웃음 폭탄을 안겼다.
김영철은 동기들을 살뜰히 챙기고 쉬는 시간에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끌며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하는 중이다. 이번에 감사 나눔 점호에서 무려 6명에게 선택을 받은 것은 그가 임원희 다음으로 나이가 많은 형으로서 동기들을 따뜻하게 감싸는 리더십의 진가가 드러난 순간이었다.
한편 스타들의 군체험을 다루는 ‘진짜 사나이’는 현재 노도부대에서 유격 훈련을 받는 모습이 담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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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