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정 같기만 하던 걸그룹은 더 이상 없다. 망가질 때는 망가지고, 힘을 쓸 때는 힘도 쓰는 '털털'한 아이돌 스타들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지난 12일 오후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에는 AOA 설현, 씨스타 보라와 소유, 에이핑크 윤보미, 개그우먼 이국주가 출연해 '초복의 여왕' 레이스를 진행했다. 대세 걸그룹 스타들이 총출동한 만큼 멤버들도 한층 업 된 분위기였다. 개리는 파트너 설현을 보자마자 얼굴을 붉혔고, 이국주는 걸그룹들 사이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무엇보다 이날 '런닝맨'의 재미를 책임진 것은 이국주의 끝없는 예능감과 더불어 사정없이 망가진 걸그룹 멤버들이었다. 청순 요정일줄 알았던 윤보미는 금발을 휘날리며 음악에 몸을 맡겼고, 소유는 여왕이 돼 멤버들을 호령했다. 보라는 헤어피스가 떨어질 정도로 온몸을 던져 승리를 사수했다.
'런닝맨'에 출연하는 게스트들은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아 더 인기가 높았다. 배우들은 스크린 속 강력한 카리스마를 벗었고, 무대 위 여신과 요정 같던 걸그룹들은 화장이 지워질 정도로 열심히 뛰고 진흙에 뒹굴었다. 내숭 떨며, 힘이 약하다며 게임 뒤에 물러나 있던 과거와 달라 적극적으로, 온몸을 던져 승리를 쟁취하는 모습에 환호를 보냈다.
'초복의 여왕' 자리를 놓고 출연한 걸그룹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난 '런닝맨'에서 소녀시대가 여신 이미지를 버리고 진흙에서 넘어지고, 땀을 흘리며 전력질주를 했던 것처럼 이날 출연한 소유와 보라, 보미, 설현도 물에 빠지고 넘어지면서 무대 위의 여신에서 지상의 소녀로 돌아왔다.
특히 이날 '런닝맨' 출연자 중 이국주가 개그우먼 특성을 발휘하며 수염을 그리고, 온몸으로 웃음을 줬는데, 걸그룹들도 이국주 못지않게 쫀득한 웃음을 선사했다. 프로그램에 충실하게, 내숭을 버리고 열정적으로 뛸 줄 아는 요정들. 우아하고 사랑스러운 자태를 유지하면서도 망가질 때는 온몸을 던질 줄 아는 그들이라 더 예뻐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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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