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이 어느새 드라마를 잡아먹는 '드라마 스틸러'가 됐다. 70분 내내 대사라곤 몇마디 없어도 화면을 꽉 채우는 존재감이라니. 눈빛으로 모든 것을 말하는 남자, 70분을 채우고도 남는 남자. 역시 성장하고 있는 배우를 보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tvN ‘신분을 숨겨라’는 도청, 감청, 잠입 등 법의 한계 점까지 가는 모든 수사 방법을 허가 받은 특수 수사대, 일명 '수사 5과'의 범죄 소탕 작전과 팀 플레이를 그리고 있는 드라마다. 건우(김범)는 8년 전 인호(강성진)를 검거하는 과정에서 사랑하는 여인 태희(김지원)를 잃는다. 인호가 태희를 인질로 잡았고, 건우가 쏜 총에 태희가 맞았던 것.
이후 건우는 복수를 꿈꾸며 살고 마침 세진 일당을 통해 복수를 실현할 기회를 얻는다. 하지만 세진 일당에 잠입했다가 잡히고 만 건우. 건우는 세진 일당과 인호가 거래하는 일을 돕겠다며 세진 일당을 설득한다.
건우가 세진 일당과 사라진 것을 안 수사 5과는 건우를 의심한다. 수사 5과는 건우 주변을 조사하지만 어떤 단서도 얻지 못한다. 무원(박성웅)은 “건우가 건너지 말아야할 선을 넘었다”며 건우를 잡을 경우 강렬한 처벌을 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13일 방송에서는 건우가 수사 5과에 단서를 남기는 모습이 그려졌다. 목탄 가루를 남겨 자신이 화실에 있다는 사실을 알렸고, 인호와 거래 장소를 가던 도중 편의점에 들러 CCTV에 메시지를 남겨 수사 5과에게 장소 힌트를 줬다.
야비한 인호는 거래 장소에 킬러를 심어놓고 거래 후 세진 일당을 다 처리하는 모습을 보였다. 건우는 인호에게 총을 겨누며 복수와 경찰이라는 신분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날 김범은 세진 일당에 잡혀 있으면서 대사가 거의 없었다. 대신 다양한 색깔의 눈빛 연기를 보여주며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세진 일당에 쏟아냈던 적의 찬 눈빛, 분노 눈빛, 그리고 과거신에서 태희가 죽었을 때 세상에 무너진 듯한 오열과 함께 쏟아낸 눈빛 연기는 시청자들의 뇌리에 깊이 박히고도 남았다.
구구절절한 대사 없어도 자신의 존재감을 충분히 과시(?)한 김범. 이번 드라마는 김범의 눈빛으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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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을 숨겨라'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