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이가 캐릭터와 함께 연기력도 각성했다.
지난 13일 오후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상류사회'(극본 하명희, 연출 최영훈) 11회에서는 남자친구 준기(성준 분)의 검은 속내를 알고 복수를 다짐하는 윤하(유이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에 유이는 웃음기 없는 냉랭한 표정과 날이 선 말투로 완벽하게 변신했을 뿐 아니라, 그간 다소 어색하다고 지적받았던 연기까지 보강하며 전개가 2막으로 접어들었음을 알린 것.
사실 성준이 연기하는 준기가 윤하의 배경을 노리고 접근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 시청자들은 윤하가 이 사실을 빨리 알아채고 '흑화'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상황. 이날 방송에서는 시청자들의 기대에 부응하듯 그간의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지다)’ 면모는 온데간데없이 “네가 가진 꿈, 나한테는 현실. 기다려. 밟아줄게”라며 살벌하게 읊조리는 윤하만이 남아있었다.
이 과정에서 유이는 지옥 같은 현실 속 한 줄기 같았던 사랑을 잃고 좌절한 윤하의 심정을 대변하듯 오열하며 울다가, 다시 마음을 다잡고 분노하는 모습까지 감정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며 극에 몰입도를 높였다.
또한 그는 윤하의 변신을 극대화하기 위해 외적인 면에서의 변화도 시도했다. 그동안에는 집안을 감추길 원하는 캐릭터의 성격상 수수한 옷차림의 아르바이트생처럼 보였다면, 변신 후 유이는 누가 봐도 재벌 2세였다. 차분하게 정돈된 헤어스타일과 세련된 드레스를 통해 더욱 극적인 변화를 꾀한 유이의 디테일함이 돋보인 장면이었다.
그의 변신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토록 사랑했던 준기가 “널 사랑하게 됐다. 언제부터인지는 나도 모른다. 미안하다”라며 “난 네가 그렇고 그런 사람인 줄 알았다. 그런데 넌 다른 사람이더라”라고 진심을 고백했지만, “이 바닥에 발 못 붙이게 할 거다”라며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인 것. 그간 바보처럼 준기의 거짓말에 속는 모습으로 답답함을 느꼈던 시청자들의 속을 뻥 뚫어주듯 서슬 퍼런 경고였다.
이처럼 유이의 각성은 그의 캐릭터 소화력 향상과 극의 재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며 시청자들에게도 호평을 얻고 있다. 확실히 사랑에 울고 웃는 비련의 여주인공보다는 복수심에 불타 냉랭해진 편이 유이에게도 제 옷인 듯 어울리는 모습이다.
유이의 각성은 주변 인물들의 관계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준기와는 연인에서 적으로 돌아섰고 창수(박형식 분)와는 준기에 대한 복수를 위해 더욱 가까워지는 반면, 절친인 지이(임지연 분)와는 멀어질 전망. 이를 둘러싸고 유이가 어떤 활약을 보일지 앞으로의 전개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상류사회'는 황금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난 재벌 딸과 황금사다리를 오르려는 개천용 두 사람의 불평등한 계급 간 로맨스를 통해, 진정한 사랑의 의미와 희망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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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