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송민호, 그가 '대중 힙합'에 던진 화두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5.07.14 07: 10

엠넷 '쇼미더머니4'의 출연자인 송민호 논란으로 한 바탕 시끄러웠다. '쇼미더머니' 3화에서 그가 구사한 랩 가사의 일부가 여성 비하 논란을 일으켰고 거센 후폭풍을 몰고왔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보자면 그는 '대중 문화로서의 힙합'에 화두를 던진 셈이 됐다.
그는 지난 10일 방송된 '쇼미더머니4' 1:1배틀에서 다음과 같은 랩을 펼쳤다. "17살 때까지 난 그냥 돼지. 복권일 걸 아무도 몰랐겠지. 난 믿었어 뭘 해도 될 놈인걸. 휙휙 지나가니 진짜뭐든 되지. Play bang I'm a gunner 날향해 쏴대도 타격은 뉴챔프의 스턴건. MINO 딸내미 저격 산부인과처럼 다 벌려. 이 유명한 놈을 이용해서 해결해봐 코난들아 어차피 꼬맹이네. 난쟁아 잘 들어봐. 네가 뭘 제시해도 이건 경쟁이네. SNEEZE 올라갈 준비됐어 MINO 올라갈 준비됐어. 화려한 백수를 원한다면 어서꺼져. 우리 인지도는 어글리덕."
이 중 'MINO 딸내미 저격 산부인과처럼 다 벌려'란 부분이 문제가 됐다. 산부인과에서 여성들이 검진을 받을 때나 출산을 할 때 취하는 자세를 자신이 하고 싶은 말에 접목시킨 것이었는데, 비하 의도성 여부를 떠나, 불쾌감을 줄 수 있는 표현이고 송민호 가사에 살아있는 특유의 펀치라인의 멋도 없었던 것이 맞다.

이에 네티즌 사이에서 여러 함의가 오고가고 논란이 깊어지자 송민호는 "너무 후회스럽고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라며 공식사과했다. 그는 "'쇼미더머니'라는 쟁쟁한 래퍼들과의 경쟁 프로그램 안에서 그들보다 더 자극적인 단어 선택과 가사를 써야 한다는 부담감이 잘못된 결과를 초래한 것 같다. 정신을 차리고 나니 방송에 나온 저의 모습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한없이 창피하고 부끄러웠다. 다시 한번 저의 잘못된 표현으로 인해 불쾌하셨을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리며 음악으로 빚어진 실수를 더 좋은 음악으로 만회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라고 전했다.
즉 그는 지독한 경쟁 안에서 좀 더 자극적이고 강렬한 표현을 찾다가 본인의 말대로라면 '실수'를 했다. 사실, 힙합 1:1배틀일 경우 소위 '말빨'로 상대방을 기선제압하고 들어가는 것이 보통. 이에 기싸움에서 이기기 위한 맹공격이 펼쳐지고 이에 수위 높은 말들이 펼쳐진다.
실제로 송민호 뿐 아니라 다른 래퍼들 역시 논란의 소지를 갖고 있는 래핑을 했고, 이에 일부 팬들이 '송민호가 아이돌이라 유독 비난을 받는다'라고 말한다. 이 말이 사실 틀린 것은 아니나 송민호가 짊어져야 할 짐이기도 하다.
송민호는 언더와 메이저 두 특성을 모두 가진, 이중성을 지닌 래퍼다. 언더시절 미노(마이노)란 이름으로 수많은 믹스테입을 내고, 그룹 블락비 데뷔를 준비하다가 개인 사정으로 불발된 후 비오엠이란 발라드 그룹에 몸담아 한 동안 활동 했다. 많은 오디션에서 고배를 마셔도 보고, 수년간 뼈저린 시간 후 YG 연습생으로 들어갔는데 거기서도 '윈'이라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안에서 A팀과 B팀으로 나뉘어 경쟁을 한 후 데뷔했다.
아이돌이지만 '리얼 힙합'을 하는 래퍼란 자신감.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의 딱지를 떼고, 진짜 '나'를 보여주기 위해 나왔다는 그는 언더 래퍼들과 맞붙으면서 수많은 팬을 거느리고 대중에 사랑받아야 할 아이돌 이미지를 놓고 경쟁에 뛰어들어 그런 자극적인 표현도 서슴치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그가 좀 더 계산적이었다면 이런 '실수'가 나오지 않았을 수도 있다.
다만 이런 모습들이 '그들만의 공간', 혹은 암묵적 합의가 된 한정적인 관객 안에서 이뤄졌다면 상황은 달랐을 수 있다. 문제는 힙합을 안방극장에서 보는 대중문화로 이끌어 낸 프로그램 안에서 이뤄졌다는 것이었다.
불특정 다수가 보는 방송 매체를 통해 나오는 힙합은 아무래도 어느 정도 정제될 수 밖에 없다. 보는 이의 숫자는 더 많더라도 다른 의미에서 길거리 힙합보다 한정적이다. 이런 공간에서 다른 래퍼도 아닌, 여성 팬덤이 막강한 아이돌 송민호가 그 같은 표현을 했다는 것이 더 충격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이다.
단, 이 몇 음절로 송민호란 사람의 가치관이나 인성 등을 싸잡아 비난하는 것에는 가혹함이 있다고 본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냐, 왜 그런 표현을 썼냐에 충분한 비판이 있을 수 있지만, 단편적인 창작물로 그 창작가 사고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에는 지나침이 있다. 스스로 의도가 아닌 실수라고 밝힌만큼 언더의 성격을 가진 실력파 아이돌 래퍼인 그가 앞으로 방송에서 보여줄 진짜 모습에 기대를 건다.
더불어  이번 논란은 오늘날의 한국 힙합, 혹은 대중문화로서의 힙합에 대한 문제를 환기시켰다고도 볼 수 있다.
이번 논란에 '힙합이란 장르 안에서 용인이 가능하냐 아니냐'의 문제를 두고 여러 집단에서 활발한 의견 개시가 이뤄졌다. 프로그램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힙합 장르에 대한 이해도가 선행되야 한다는 의견도, 이미 TV로 보는 대중화된 힙합은 언더와는 확연히 다르다는 의견도 나왔고 표현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한국인 래퍼로서 한국 정서에 맞게 힙합을 대해야 하는 태도도 논의 됐다.
그리고 더 이상 남성 MC들의 여성 비하가 전세계적인 랩의 트랜드가 아니며 힙합의 정신 또한 더더욱 아니라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또한 'mother fucker', 'Puss' 등 영어 표현에는 둔감하면서 한국어에는 예민한 이중 잣대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었다. 발전적으로 보자면 송민호와 더불어 대중의 '대중 힙합'에 대한 각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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